내가 비추고 있는 것들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기 001

by 책선비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동이 트자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태양을 향해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너 위대한 천체여! 네가 비추어주고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너의 행복이겠느냐!"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책세상, p.12)



"엄마 돈 좀 보내줘"


둘째에게서 전화가 왔다. 코치님이 이발을 하라고 하는데 통장에 돈이 얼마 없단다. 어제 남편이 진혁이한테 또 용돈을 보냈다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났다.


축구 진학이 결정되면서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고 부담이 크다. 고심해서 결정한 일이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버겁다. 축구광인 남편이 둘째가 축구를 좋아하고 선수도 되고 싶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막상 진학을 알아보고 여러 벽들을 경험하면서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느 부모가 돈이 없어서 넌 할 수 없다고 말하겠는가. 이제 웃음기 대신에 긴 한숨과 넋두리가 차오르고 있다.


비용을 마련하는 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케어들도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숙소까지 라이딩 하는 일 외에는 거의 하지 않는데도 심적 부담이 크다. 밀착케어를 하는 다른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기가 죽기도 하고, 아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용돈 좀 더 보내달라는 아이의 전화는 부담을 더 자극하는 하나의 시발점이 된다. 아쉬운 소리를 계속 해야하는 아이의 심정도 그렇고, 그 전화를 받고 흔쾌히 '알았어,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해' 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아이의 안부가 궁금하기 보다 '또? 왜?'라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오려고 한다.


니체는 말한다. 우리 부부가 태양이라고. 태양처럼 많은 빛을 아이에게 선사하고 있다. 무리해서 주고 있지만 그래도 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며 축구 선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실제로 흐믓하기도 하고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빛의 수혜를 받는 아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의 이런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실은 마냥 태양이 될 수 없는 내가 있을 뿐이다. 비용과 케어의 부담이 스트레스가 되어 아이에게 거칠게 가지 않도록 조절해야한다. 부모로서 사는 일이 정말 까다로운 건 이런 부분인 것 같다. 아이로 인해 얻는 행복감에는 이런 노력과 책임감도 포함된 일이니깐 함께 안고 갈 수 밖에.


여기까지 내 마음대로 위 문장을 해석하고 적용한 것이다. 아래에 다른 책의 해석을 덧붙여본다.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사상을 받아주고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차라투스트라가 태양을 보며 "그대가 빛을 비추어줄 존재가 없다면 그대의 행복이란 게 무엇이겠는가!" 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깨우침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이런 인식과 성찰과 통찰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나의 깨우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깨우침을 받아줄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자연인처럼 혼자 사는 거예요. 그건 의미가 없는 거죠.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이진우 <인생의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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