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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May 17. 2023

난민이 된 걸 축하한다고 말해도 될까


 나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고 기쁜 일 슬픈 일 미주알고주알 마음을 참견하고 싶다.


 언젠가 인천공항에 살고 있는 가족들 이야기를 본 적 있다. 난민이 되려고 한국에 왔는데 거부당해서 공항 안에서 장기간 생활하던 그 가족 이야기는 꽤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며 후원을 하기도 했다. 난민이 되려는 사람들이 왜 하필 우리나라를 택했을까. 문턱이 엄청 높아 보이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난민 지위를 획득하더라도 내 눈엔 다른 나라에 비해 난민으로 살기 참 팍팍해 보이는데 말이다. ​


 터키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학교처럼 내로라하는 공부쟁이들이 가는 대학교가 있다. 그 학교 출신이라고 하면 졸업 후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학교다.


 터키는 지금 18년간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7,80년대처럼 지식인들이 핍박받고,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저 튀르키예의 서울대학교 출신은 출신만으로도 감옥에 갈 확률이 높다. 반정부 운동을 하지 않아도 잠재적 운동가로 낙인찍어 어떻게든 수감하는 경우도 많다. 주변에 튀르키예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를 자주 봤기 때문에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땐 엄청 신기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어?


 S 씨도 그렇게 쫓기듯 자기 나라를 도망쳤다. 지금은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배를 타고 여권이 필요 없는 인근 국가로 가서 위조여권을 만들고 또 엄청 추운 다른 나라로 갔다가 자기 여권을 사용해서 (이건 복불복이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일부 국가에 수배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범죄자라고 등록해서 공항에서 바로 인계받아 송환하거나 출국 금지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위험하다고 했다.) 천신만고끝에 유럽으로 도망쳤다.


 S 씨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 거기서도 처음 2년은 고생을 했다. 우체국 택배 일을 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은 글로벌 IT기업에 취업이 됐다.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해서 2년 만에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마치 영화 같은 이야기다. 과정들이 엄청 대단하고 용감하다. ​


 튀르키예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 대부분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라 유럽에서는 이들을 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그렇다고 해도 자기가 나고 자란 나라에 살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살기 싫어 떠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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