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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Jun 22. 2023

누군가의 바수데바가 되는 것

 우리 독서모임에는 출간 작가님이 있다. 난 ‘꿈’이야기를 대장님과 출간 작가님한테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반짝거리면 같이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들어주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던 모임이 첫 오프라인 모임을 하던 날 슥 다가와

“정말 만나보고 싶었어요.”

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저를 왜요?”


대답은 아직 듣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고, 함께 눈을 반짝이며 다른 사람의 꿈을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 마음을 모두 뒤집어 내보이고 싶어지게 된다.


 타인에게 마음 들키는 일을 극도로 조심하는데도 저런 마법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갑자기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려 매튜 아저씨 옆에 앉은 빨간 머리 앤처럼 쉴 새 없이 입을 열게 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에 나오는 바수데바는 이야기를 잘 듣는 재능을 가졌다. 삶을 포기하고 강에 몸을 던지려 달려간 싯다르타를 붙잡고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었다.


 싯다르타의 출신, 자라온 세월, 그가 배운 것들, 그가 시도했던 모든 것들, 인생의 즐거움과 고난까지 모든 것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는 동안 사공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싯다르타는 사공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바수데바는 마음을 열고 싯다르타의 이야기가 이어지길 기다리며 칭찬도, 나무람도 없이 그저 듣기만 했다. 단지 이야기를 경청한 것만으로 바수데바는 싯다르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낀 싯다르타처럼 가끔 내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좋다.


나도 누군가의 바수데바가 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쁜 마음으로 듣고, 말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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