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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Apr 17. 2023

우리가 국가 대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누군가에게 먼저 호감을 보이는 일이 적어지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마음을 열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지인은 그런 부분에서 참 대단하다.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라는 것은 내 눈에 참 멋진 초능력처럼 보인다. 낮에 그분과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추천해 주기 놀이를 했다.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며 어떤 걸 좋아할까 뭘 먹으면 맛있어할까 어떤 풍경을 보는 게 행복할까 이야기했던 게 재밌었지만 그중 특별히 인상깊은 내용이 있다.


 이야기를 나눈 분은 INFP다. 난 MBTI를 신봉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요즘은 MBTI를 알면 취향의 30%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고, 내적 친밀감이 높아지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끔 물어본다.

발리 여행을 한다고 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현지인들의 성향'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혹시라도 제가 실수할까 봐요."

해서 진짜 너어무 귀여워서 웃었다. 어쩜 걱정의 종류가 이런 사람이세요? ㅋㅋㅋㅋㅋ


 발리니스들은 기본적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카르마 (업보)를 믿기 때문에 이번 생에 착한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번 보고 말 사람들에게 사기 치고 바가지 씌우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두병 고르면 세병을 찍고 돈을 더 받아 가는 경우가 있다.

"나 세병 아니고 두병 샀잖아요!"

하면 헤헤 웃으면서 "미안~" 하고선 취소해 준다. 그럼 나도 전투력을 상실하고 같이 그냥 헤헤하고 만다. 낯선 여행지에서 조심하는 건 기본이지만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면 여행이 즐겁지 않으니 대충 즐겁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조심해야 하는 행동은 있다.

아이들 머리 쓰다듬지 않기, 악수는 오른손으로, 현지인과 언성 높이며 싸우지 말기 (무조건 외국인이 진다. 어차피 발리 사람들은 화도 잘 안 낸다.), 종교에 관한 규범 가능한 지키기 (사원을 출입할 때 사롱을 걸쳐는 등)


 또 재밌는 질문이 있었다. 발리에 처음 가보는데 동남아 다른 국가 (필리핀)처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발리는 지금 K drama 열풍이라 한국인이라고 밝히기만 해도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ㅁ호, 송ㅈ기, 김ㅅ호, 박ㅅ준 등의 배우들 언급이 가장 많았다. 오징어 게임이 한창이던 때에는 온 동네에 영희가 우뚝 서있는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하다못해 지나가는 인형가게에서도 영희랑 오징어 게임의 진행요원들 인형이 보였다. 또 K pop 붐으로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 한국말을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부정적인 것보다 좋은 것들이 훨씬 많다.


 오늘 친구 인스타에서 흥미로운 걸 읽었다.

마트에 장 보러 갔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채소 무게 재주는 여성을 앞에 두고 욕설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발리 마트에서는 모든 과일과 채소를 수량 상관없이 골라 무게를 잰 후 가격표를 붙여준다.)

"아 이년 지금 뭐 하는 거야."

하는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는 친구는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충분히 그녀가 할 수 있는 행동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한국어 할 수 있는 사람들 많으니 말조심하시라고 덧붙이는 친구를 때리려 들던 남자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돌아섰다고 한다.


 요즘 발리는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그보다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은 인성이 글러먹은 것 같은데 그냥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해서 어딜 가나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웃어주고 전보다 말도 훨씬 많이 걸어오는 걸 피부로 느끼는데 저런 에피소드를 만들고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 걱정하는 ㅇㅇ씨같은 분은 따로 더 조심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예의와 매너를 갖춘 분이니 혹여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그분들이 문화적 차이로 이해해 줄 거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단지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호감을 보일 정도로 요즘 발리에서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늘 마트에서 언성을 높였던 여행자에게 발리는 어떤 곳으로 남을까? 또 그 사람을 보았던 마트 안에 사람들에게 한국인은 어떤 이미지였을까?


  낮에 대화한 그녀에게서는 따뜻함을 배웠고, 저녁에 읽은 마트 남자에게서는 절대 저런 사람 되지 말아야지를 배웠다.


빙인비치 골목길 산책중에 올려다본 파란 하늘


아 재밌는 질문을 받은 적은 있다. 발리 친구가
"한국 사람들은 왜 늘 화내고 있어?"
라길래
"어디서 뭘 보고 하는 이야기야? 내가 너한테 화를 냈어?"
했더니 드라마에서 보면 항상 화를 내고 있길래 다들 화가 나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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