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하비 Jun 07. 2023

<2> 제발 저를 차별해 주세요

최저시급+야근수당+책임감 = 직원월급

.

.

.

(이어서)




나는 진정 차별받길 원한다.


나 역시 내가 원하는 포지션이 회사가 좋아할 만한 사회적 위치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위한 방어책으로 사용했던 건 '알바'였다. 고용형태를 알바로 정하고 회사에 들어왔다. 불안정하지만 계약관계가 아주 확실한 고용관계. 그것은 처음엔 일부 나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회사는 나를 점점 가스라이팅하기 시작했다. "할 일이 많은데 왜 집에 가느냐", "야근수당을 주기로 했는데 왜 일을 안 하느냐",


???????????????


애초에 나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알바'라는 계약관계 아래에 있다. 그 안에 일어난 나의 일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 기꺼이 피드백을 수용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왜 계약 이외의 일을 수행하지 않냐고 말하는 상황.


회사가 직원을 노예로 부려먹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는 개념마저 상실해 버린 게 아닌 듯싶었다. 애초에 직원이 가져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기 싫어서 급여까지 낮춰가며 '알바'라는 포지션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야근수당도 주는데 왜 일을 안 하냐고. 알바가 뭔지 모르는 건가?


애초에 야근수당은 회사 입장에서 비용이다. 비용 지출에 대해서 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는 없고, 추가 노동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사람이 요청해야 하는 법이다. 나는 계약된 시간 안에서만 최선을 다해 일할 뿐이다. 그리고 요청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때부터는 내가 갑이다. 야근요청을 수락할지 말지는 나의 권한이라고.




최저시급 + 야근수당 + 책임감(+자유박탈) = 직원 월급



나는 제발 차별받기를 원한다. 알바한테 야근수당을 줄 테니 책임감까지 가지고 일하란다. 그러면 그게 직원이랑 뭐가 다른가요? 내가 아르바이트라는 사회적 계급을 선택한 이유는 근로시간 외에 완전한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직원이 가질 수 있는 회사에 대한 소속감 그런 것 필요 없으니까, 근로시간 외에 나는 완전히 자유롭기를 바랐다. 그에 대한 대가로 더욱 낮은 사회적 계급과 최저시급을 선택했다.


회사가 원하는 건 결국 계약서에 명시된 건 알바이지만, 직원처럼 알아서 일해주길 바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 본인들 바쁠 땐 직원처럼 일해주길 바라고, 아닐 땐 급여 적게 주는 알바 이거다. 불합리도 이런 불합리가 있을 수 없다. 나는 제발 차별받길 원한다. 비즈니스 대화에 나를 소외시켜도 좋으니까, 나를 제발 알바로 차별해 주길 바란다. 제발. 느슨한 연대로만 남아있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1> 또 한 번 부정당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