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이흥재

지난 2018년 9월, 프랑스 남쪽 국경마을인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걷기 시작해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의 최종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가는 프랑스길(Camino Francés)과, 다시 산티아고에서 유럽대륙 서쪽 끝이라고 알려졌던 피스테라 (Finisterre, en gallego y oficialmente: Fisterra)까지 900km를 걷고 돌아온 後 알 수 없는 끌림이 생겨 다시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에 2년마다 한번 정도씩 다녀오기로 작정했었다.


그리고 수많은 순례길 루트 중 사람들이 프랑스길 다음으로 많이 걷는 포르투갈길(Camino Portugués)과 북쪽길(Camino del Norte)을 다녀오기로 계획하고 준비하던 중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정이 늦춰져 첫 순례길을 다녀온 후 4년 만인 2022년 9월7일부터 10월22일까지 45일간 두번째 순례길인 북쪽길과, 산티아고에서 무시아(Mugía, en gallego y oficialmente Muxía)를 거쳐 피스테라까지 960km를 걷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산티아고 순례길로 포르투갈길을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프랑스길과 북쪽길은 스페인 북부지역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걷는데 반해, 포르투갈길은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Lisboa)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포르투(Porto)부터는 내륙길(Camino Portugués Central)과 해안길(Camino Portugués de la Costa)로 나눠지기 때문에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 등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1년쯤 지난 지난해부터 다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은 건강도 괜찮은 것 같으니 순례길 걷기를 조금 더 계속하자고. 그래서 준비해오던 포르투갈길 걷기를 다음으로 미루고 처음 걸었던 프랑스길을 다시 걸어보기로 했다.


처음 다녀온 후 자료관리를 잘못 하는 바람에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해 프랑스길을 걷는 동안 매일 썼던 일기를 몽땅 날려버리기도 했다. 물론, 일기를 자주 들여다보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헛헛함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참에 프랑스길을 다시 걸으면서 옛날 기억을 되살려보기도 하고, 왜 이 길을 그 많은 순례자들이 걷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순례길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묻는다. 그 고생을 하면서, 그 돈을 들여가면서 거긴 왜 가냐고? 하지만 한번이라도 순례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안다. ‘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저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어 찾고 또 찾는다. 그리고 그들은 기독교신자도 아니다. 물론, 뚜렷한 ‘왜?’를 갖고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를 묻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가 궁금한 경우는 가끔 있다. 나처럼 나이 들어 은퇴한 사람들이야 시간을 내기가 쉽지만,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은 한달 넘게 시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 잠시 시간을 내어 오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신혼여행을 겸해서 오는 사람들도 만나봤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권유나 소문을 듣고 오겠지만 한번 이 순례길을 걷고 나면 다음에 다시 오기 위한 계획을 잡는 사람들도 자주 봤다.


나도 그렇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왔지만, 지금은 그저 좋아서 온다. 뭐가 좋으냐고? 그런 건 없다. 그저 오는 게 좋고 걷는 게 좋을 뿐이다. 이제 두번째 프랑스길을 걷고, 마지막 남은 포르투갈길을 준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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