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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Aug 12. 2019

패시브 인컴은 쉽지 않았다

3년간 삽질로 업은 교훈

패시브인컴 : 고용되어 노동시간과 돈을 교환하는 것이 아닌 한번 구축하면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자유로운 시간, 불안과의 사투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패시브 인컴을 만들고자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다. 웹디자이너로 일했기에 디자인과 어느 정도의 코딩이 가능했고 하고 싶었던 일러스트 등을 조합하면 만들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아서 호기롭게 퇴사를 했다. 처음 몇달은 어떻게든 만들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작업했고 소소하지만 수익이 발생하는 것에 성취감과 희열도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자유로운 시간과 더 자유롭게 뛰노는 내 생각 그리고 불안과의 사투였다.


아침부터 밤까지의 시간을 내 스스로의 의지로 사용해야하기에 게을러지기 십상이며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생각이 창의력에만 활용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쪽으로 뻗어나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인간의 뇌는 생존본능이 강하기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쉽도록 만들어졌다는 글을 보고 조금 위안을 얻었다. 할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고 적당히 시간의 압박이 있었던 회사에서는 느끼지 못한 것들이었는데 자유의 부작용이랄까.


그래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었다. 일단 한가지 마켓을 정하고 제품을 계속 만들어서 컨텐츠가 쌓여야 되는데 중간 중간 '이것만으로 안되면 어쩌지?' 라는 불안이 고개를 쳐들면 다른 걸 건드렸다. 갑자기 앱개발 공부를 해서 앱을 만들고 다른 게 눈에 띄면 또 그걸 만들고 책쓰기도 시도하고 동영상도 만들면서 계속 종류가 늘어났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이거 건드리고 저거 건드려서 한가지 컨텐츠가 쭉 쌓이질 않았다. 한 가지가 쌓여야 시간이 갈수록 힘이 실리고 수익이 늘어나는데 여기 저기 소소하게 씨를 뿌려 소소한 수익만 얻게 되었다. 그동안 하나만 판 사람들이 쌓은 것들을 보면서 아 저걸 계속 했어야되는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할 수 있는 걸 다 시도해보고 안되는 걸 쳐내는 과정이었다고도 생각지만 이것 저것 새로 시작하느라 에너지 낭비가 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감을 잡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홀랑 다른 것에 손을 대면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몰랐던 것이 아닌데도 불안이라는 녀석이 정신을 쏙 빼놓아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불안하다는 건 한편으로 내 능력을 못믿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자꾸만 고개를 쳐드는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안팔리면?' '시간만 소비하고 돈은 안되면 어쪄지?'라는 걱정과 자기불신이 실행을 더디게 하고 오히려 그 불안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안될까봐 간만보고 적당히 하려는 태도가 나도 모르게 나와버리니 그 결과물의 퀄리티도 애매해져서 말이다. 


불안에 휩싸일수록 냉정하게 상황판단하고 처음의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잡아야 에너지가 새지 않는다. 사실 그게 말이 쉽지 홀로 작업하다보면 쉽지가 않다. 그래서 명상도 접하게 되었고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보며 끊임없이 아우성치는 생각들을 바라보고 거기에 끌려가지 않아야 함을 배웠다.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는 범위에서 월별로 해야 할 일을 크게 써서 붙여놓고 일정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마인드 맵이 없으면 모호한 매일을 보내면서 되는대로 작업하며 무기력해지기 쉽다. 계획과 일정관리가 왜 필요한지, 회사다닐 때는 별 생각없이 하던 그것들이 혼자 일할 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내가 날 칭찬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혼자 일하다보면 나 자신과의 관계가 어떤지 여실히 드러난다. 평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라 더욱 불안했다. 늘 부족한 것만 보여서 스스로를 풀어주지 못하고 압박감만 느끼다가 지쳐 무기력해지기를 반복했다. 뭐 하나라도 성취했으면 자신을 칭찬해주고 적절한 보상으로 자신을 응원하는 것, 자신과의 대화가 긍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배웠다. 스스로 무언가 만들어서 판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만큼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해주며 스스로 격려해야 함을 말이다. 


처음으로 고용된 상태가 아닌 자발적으로 수익을 만드는 시간은 참 힘들었고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다. 외로운 시간과 싸우며 나란 인간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사람이 조금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자기 관리가 정말 중요함을 느꼈는데 남에게 보이기 위한 자기관리가 아니라 자신을 잘 알고 생각을 적절히 조절하며 스스로 길을 잡아나가는 자기 관리말이다. 실수를 돌아보며 배우는 시간은 참 값지다. 내 고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혼자 일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도 힘을 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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