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정리를 의뢰받아 고객님 댁에 방문해서 작업을 하노라면 ‘이때부터 이 집의 시계가 멈춰버렸구나’ 싶은 느낌을 주는 지점이 있어요.
음식물들의 유통기한이 유독 어느 해, 어느 시점에 닿아 있을 때
사전에 이미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고객님이 굳이 먼저 밝히지 않으시면 작업과정에서 천천히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사랑하는 아내(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부터
믿었던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리면서
갑자기 찾아온 병마에 시달리느라
돌봐야 하는 누군가에게 시간을 쏟아붓느라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과 견딜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거나
도저히 노력만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시간과 체력의 한계를 겪으셨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구요.
그러다 문득 ‘더는 이렇게 살 수는 없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싶어’라고 생각을 하셨지만 지나 온 시간들로 빚어진 상황은 혼자서 또는 가족만으로는 해결하기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드셨을 거고요.
그럴 때 생각 난 사람이 ‘정리수납전문가’여서 저는 여전히 그게 참 감사하네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무릎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주며 괜찮냐고 물어주고 이제 다시 조심조심 걸으라고 말해주는 엄마처럼 어질러진 집안 여기저기에 다시 새 질서를 만들어 드리며 어렵게 다시 떼시려는 새 발걸음을 응원할 수 있어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정리수납전문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