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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성 Mar 28. 2020

출근길 습관

아침 루틴에 이어서 출근길 습관을 만들고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나오는 실행 의도 공식에 맞춰 작성한 나의 아침습관은 다음과 같다. 

실행 의도 공식: 나는 [X라는 상황]을 만나면 [Y라는 행동]을 할 것이다.    

나는 [집 문을 열고 나오면] [책 듣기]를 할 것이다.

나는 [출근길 첫 발을] [힘차게 내딛]을 것이다.

나는 [기다릴 때에는] [왔다 갔다 걷기]를 할 것이다.

나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함께 만나면] [계단을 이용] 할 것이다.

나는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으면] [운동]을 할 것이다.

나는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리틀팍스 보기]를 할 것이다.



나는 [집 문을 열고 나오면] [책 듣기]를 할 것이다.


출근길을 멍하게 보내거나, 의미 없는 웹서핑을 하면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집 문을 열고 나오면 "책 듣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기 전에 에어팟을 귀에 쓰는것이 중요하다.) 꽤 오랫동안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들었다. 물론 요즘에도 종종 재미있는 이슈가 있을 때에는 듣지만 조금 더 정제된 정보인 책을 듣기로 했다. 책을 들을 때에는 리디셀렉트를 사용한다. 킨들로 영어 콘텐츠를 들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조만간 시도해 보고 싶다.

리디북스 현재 읽고 있는 책

종이로 읽는 책이 리디셀렉트에 있는 경우에는 같은 책을 이어 들어서 책 읽는 속도를 높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을 골라서 읽는다. 아무래도 출근길에는 주의를 빼앗기는 일이 많고, 오디오북으로 듣게 되면 되감아 다시 듣기가 어려워서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 놓쳐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책들을 주로 듣는다.



나는 [출근길 첫 발을] [힘차게 내딛]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바깥공기를 처음 접할 때, 즉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는 첫 발을 힘차게 내딛는 것이다. 회사에서 즐겁고 성취감을 느끼는 일도 있지만, 어렵고 좌절스러운 순간도 생긴다.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출근길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출근길을 힘차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으쌰!" 같은 느낌이다. 이 습관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측정이 어려우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지도 않으니 지속해 볼 생각이다.



나는 [기다릴 때에는] [왔다 갔다 걷기]를 할 것이다.


출근길에 기다리는 시간은 주로 엘리베이터, 신호등, 지하철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합치면 하루에 5분에서 10분 정도 된다. 엘리베이터 5%, 신호등 15%, 지하철 80% 정도의 비중이다. 실제로 기다리는 시간을 타이머로 측정을 해보기도 했고, 오늘은 신호 빨(?)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갭을 봐도 그 정도 차이가 난다.

하는 일은 간단하다.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1보가 70cm이고, 1분에 약 100보를 걷는다. 그러면 하루 10분이라고 하면 1,000보, 즉 700m를 추가로 걷는 셈이다.

지하철은 플랫폼이 넓다 보니 끝까지 한 번만 갔다 오면 대부분 지하철이 도착해서 문제가 없는데, 신호등과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괜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마려운' 사람처럼 보일까 봐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신호등의 경우에는 조금 길을 돌아서 파란불에 맞춰서 가는 경우도 있고, 엘리베이터에서는 혼자 기다릴 때만 왔다 갔다 한다.

샤오미 미 밴드로 걸음걸이를 측정한다. 가볍고 한 달에 한 번만 충전을 하면 되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다. 실내에서는 핸드폰을 안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아 핸드폰으로는 정확한 측정이 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일별 걸음 수

위 그래프는 주말을 제외하고, 3,000보 이상 걸은 날짜만 포함해서 그렸다. 3,000보 미만으로 걸은 날은 휴일이거나 재택근무를 한 날로 가정했다. 12월에 평균 7,280걸음, 1월에 평균 7,723걸음, 2월에 평균 9,203걸음을 걸었다. 12월에 비하면 2월에 대략 평균 2,000걸음을 더 걸었다. 이 중 1,000보 정도는 "기다릴 때 왔다 갔다 걷기"의 영향이다.



나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함께 만나면] [계단을 이용] 할 것이다.


나는 2호선과 5호선을 사용해서 집 ↔ 여의도역을 출근하고 있다. 출근길에 만나는 계단을 모두 세어 보았다.


여의도역 ↔ 5호선 (61 + 11 + 61 + 37 + 15 = 185)

5호선 ↔ 2호선 환승 (57+ 25 = 82)

2호선 ↔ 집 (28+22 = 50)


출퇴근길은 모두 317(185 + 82 + 50) 계단이다.

아이폰 건강 앱 오른 층계

하루에 오르는 층계의 수는 아이폰 건강 앱에서 측정해 준다. 보통 건물 한 층은 약 3m, 16계단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하철의 계단은 일반적인 계단보다 조금 낮은 것 같다. 그래서 18계단이 1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사용하면 아이폰 기준으로 하루에 약 18층 정도를 오르는 것이 된다.

칼로리로 계산해 보면 한층을 오를 때 7Kcal가 소모된다고 하니 126KCal가 소모된다. 카페라테  한잔 정도다.

일별 오른 층계 수

걸음 그래프와 유사하게 이번에는 평일 중 3층 이상 층계를 오른 날만 포함해서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12월 12층, 1월 11층에 비해서 2월에는 평균 18층의 층계를 오르고 있다. 눈으로 대략 살펴보아도 2월에는 대부분 14층은 넘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으면] [운동]을 할 것이다.


지하철 출퇴근을 할 때 절반 이상은 앉아서 간다. 여의도는 8시면 업무를 시작하는데 나는 10시 출근이다 보니 사람들과 생활리듬이 달라서 지하철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래도 지하철에 서서 기다릴 때 핸드폰을 보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하면 좋겠다 싶었다.

Calf Raises

까치발 들기다. 운동 방법은 백문이불여일견이다. (물론 백견이불여일행이다.)

까치발 들기

지하철 손잡이를 살짝 잡고 하면 안정감이 있고, 백팩도 메고 있으니 운동 효과가 더해진다. 양발 10회 후에 한 발씩 10회를 한다. 업그레이드 버전으로는 발을 들어 올린 이후에 무릎에 힘을 주면서 5초 정도 버티는 것이다.


Pull Up

지하철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버티기다.   

지하철 링 손잡이를 양손에 잡고 몸과 팔의 힘만 사용해서 발을 들어 올린다.

발을 완전히 들어서 매달리지는 않고 엄지발가락으로 지탱되는 정도까지만 올려서 5초 동안 유지하고 내려온다.

턱걸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근육이 자극되는 것을 느낀다.


Draw In

배에 힘 주기다.

배 위에 손을 올리고 배를 내밀면서 숨을 가득 쉰다.

숨을 내쉬면서 척추 쪽으로 배를 최대한 집어넣는다.

배를 납작하게 유지하면서 작은 호흡을 한다. 숨을 내실 때에는 배를 척추 쪽으로 더 집어넣는다.

작은 호흡을 2분간 지속한다. 2분이 끝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긴장을 풀고 숨을 크게 쉰다.


운동을 하는 중에 지하철에 자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운동을 중단하고 그냥 앉기로 했다. 운동도 좋지만 편하게 앉아서 가는 것이 더 좋으니까.



나는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리틀팍스 보기]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집에서 보는 리틀팍스라는 영어 애니메이션 서비스가 있다. 회원은 복수개의 계정을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원래 다자녀가 있는 집에서 아이들 별로 계정을 만들어 주라고 그런 것 같긴 한데, 나도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리틀팍스 학습 기록

처음에는 공부하는 것처럼 동영상을 보고 나면 퀴즈를 풀고, 스크립트를 읽어 보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외우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금방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러는 동안에 아이들은 수준 이상의 것들도 재미있게 한두 시간씩 보더라. 그래서 아이들을 따라서 그냥 보고 싶은 것 골라서 대충 보기로 했다. 

자리에 앉으면 일단 하나를 본다. 8분에서 10분 정도의 길이다. 출퇴근 길에 하나 혹은 두 개를 보니 한 달에 30개 정도 3시간 정도를 보게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항상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뭔가를 매일 하고 있음으로 불안감을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지금은 6~7단계 정도를 보고 있는데, 8~9단계 까지 보고 나면 좀 더 나에게 맞는 영어 콘텐츠를 찾아보려고 한다.



습관에 대해 


What gets measured gets managed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라고 피터 드러커 아저씨가 말했다. 회사에서도 나에 대해서도 종종 되새기는 말이다. 습관을 측정하게 되면 가치가 매겨지면서 의미가 부여되고 그에 따른 변화가 생긴다. 지하철에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동시에 만날 때 계단을 선택하는 것으로 하루 18층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계단을 만나면 반갑다. 신호등에 걸려도, 지하철을 아깝게 놓쳐도 그 사이에 왔다 갔다 운동을 할 수 있으니 초조하지 않다. 오히려 딱 맞춰서 파란불로 바뀌면 아쉬울 때가 있다. 습관에 의미 부여가 되어 재미가 생긴 것이다.


또한 측정을 하게 되면 변화를 알 수 있다. 내가 몇 권을 책을 읽었는지, 내가 몇 편의 동영상을 봤는지, 내가 팔 굽혀 펴기는 몇 개를 더 할 수 있게 되었는지. 단기적인 습관의 실행이 장기적인 가치와 연결된다.


습관이라는 것이 자리를 잡을 때 까지는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하고 오히려 비효율적이 되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계단을 오르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다시 계단을 내려와 다시 계단을 올라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습관이 자리를 잡아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단계가 되면 더 이상 정신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비효율을 지나 효율의 영역으로 가게 된다.


마치며


언젠가 삶이 무뎌졌을 때를 위해 이 글을 써둔다. 글을 읽으시는 분도, 그리고 나도 힘찬 출근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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