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성 May 29. 2016

8퍼센트 입사 날

8퍼센트 출근 며칠 전부터 첫 출근날에 할 일 들을 생각하며 두근두근했었다.


그중 첫 번째가 첫 출근날의 사무실 사진을 찍어 놓는 것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금방금방 회사의 모습이 바뀐다. 사람이 바뀌고, 책상 위치가 바뀌고 1년을 못 채우고 이사를 한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자” 까지는 아니지만 그저 첫 출근의 두근거림을 기억하고 싶었다.  (3달이 지나 글을 정리하는 지금 시점만 해도 같은 사무실이지만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다.)

(첫 출근날의 사무실. 남들이 보기에는 흔한 사무실 사진이지만, 내게는 두근거리는 사진이다)

두 번째는 직원들이 깜짝 놀라게 꽃을 사 가야지 하는 것이었다. 지난 회사에서도 종종 회사에 꽃을 사 가곤 했었다. 꽃 선물이 정말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의 꽃 선물은 분명히 특별한 힘이 있다. 왠지 사당 근처에 꽃집이 많을 것 같았는데, 정작 출근길에 꽃집을 찾을 수가 없어서 꽃을 사는 것은 실패했다.


세 번째는 코드를 커밋해서 실 서버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Facebook에서는 부트캠프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실서비스에 자신의 코드를 배포함으로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감을 익힌다고 들었다. 나 또한 내 뒤에 들어오는 개발자들에게 같은 시도를 할 생각이었고, 나부터 해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첫날은 컴퓨터 세팅의 날인지라 이런저런 삽질 끝에 겨우 퇴근 무렵 모바일에서 보이는 웹페이지 푸터의 정렬을 맞추는 코드를 수정하고 배포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자기소개 발표를 팀원들 앞에서 하는 것이었다. 가볍게는 내 소개를 팀원들에게 하고 싶었고, 좀 더 나아가서는 “신규 입사자의 자기 발표”라는 회사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더 나아가서는 이런 시도를 통해 회사의 문화라는 것이 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의 작은 시도들이 모여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간단한 발표자료를 하나 만들어 퇴근 전에 팀원들에게 발표했다. (다행히 다들 좋아해 주셨다) 실제로 내 뒤에 입사하신 분들부터는 모두 자기소개 발표를 하고 있다. (역시 스타트업은 빨리 들어와야 한다) 자기소개를 통해 우리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고 환영한다!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좋고, 새로 입사하신 분들과의 화젯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 발표 자료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http://slides.com/hosunglee-1/welcome#)


발표도 마치고 나니 첫날이 끝났다. 지난 회사의 반복되는 하루와 다른 느낌에 뿌듯함을 느꼈다. 첫 출근날을 생각하며 며칠을 즐겁게 보냈던 것처럼 오늘 퇴근길에는 내일 무엇을 할지를 상상하며 즐거워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