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성 May 10. 2016

8퍼센트 프로덕트팀 워크숍 후기

4월 초에 프로덕트팀 11명, 금융상품 설계를 하시는 성호님과 함께 성수동 인생공간으로 반나절 워크숍을 다녀왔다. 개발팀 워크숍, 전사 워크숍(이 아닌 엠티)은 있었지만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끼리만 가는 첫 번째 워크숍이었다.


그동안 나를 포함한 팀원들의 워크숍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첫 번째로 지난 개발팀 워크숍이 좋았다. 올해 초 진행된 전사 워크숍은 오후부터 시작되었는데(그  광란의 현장을 정리해 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개발팀은 아침에 모여서 기술적인 내용들을 공유하는 데 사용했었다. 그 4시간이 가치가 있었고, 동기부여가 된다는 피드백이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다 함께 모여서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매주 스프린트를 마치고 하는 회고는 큰 주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의 문제도 있었지만 공간의 문제가 더 컸다.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전원이 발표하는 것이었다. 모두에게 모두를 대상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함께 한다는 느낌도 주고 싶었고, 몇 명 되지 않지만 “누군가 앞에서 발표하는 경험"을 주니어 분들께 시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이것은 스크럼 데모 시간에 자신이 개발한 기능을 직접 소개하는 것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워크숍의 마지막에 워크숍에 대한 감상을 물었을 때 대기업에 계시던 한 분은 지난 회사에서 많은 조사를 하고 정리를 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하셨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워크숍이었다고 했다.


발표 주제는 한 주 전까지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크숍 5일 전에 입사하신 분들이 계셨는데 그분들께도 입사 전에 메일로 워크숍 발표를 준비해달라고 요청드렸다. 발표의 주제는 간단하게 "팀에 도움이 되는 것” 혹은 "개인이 다루고 싶은 것”으로 정했다. 다음과 같은 주제를 정해주셨다.

다시 읽어보니 내 발표가 제일 재미없어 보인다.


대부분 회사 업무들로 바빠서 퇴근 후에 발표 준비를 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전날까지 발표 준비를 하지 못 해서 허덕이고 있었다. 워크숍 날 아침 데일리 미팅에 다들 피곤한 얼굴로 참여한 것을 보면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오전에 스크럼 데모를 마치고 성수동 인생공간으로 출발했다. 사실 장소 예약을 한 내가 전날까지는 성수동이 아닌 상수동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팀원들한테는 말하지 않은 비밀이다. 중국집에 모여서 식사를 하고 출발했는데 식당에서 세바님이 간단하게 “발표 순서 뽑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셔서 랜덤으로 발표 순서도 정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에 슬랙으로 긴급한 버그 레프트를 받았다. 당연히 서비스에 발생되는 문제는 워크숍을 피해 가지 않는다. 경로 우대(?)로 자리를 양보했던 연태님께 다시 자리를 양보받아 지하철에서 문제를 수정하고 배포했다. 회사에서 프로덕트팀이 아닌 다른 분들은 업무를 하고 계시고 프로덕트팀이 워크숍을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대응을 해야 했다.

들어가시는 문수님과 성호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생 공간에 수도가 터져서 원래 예약했던 공간을 쓰지는 못 했다. 하지만 가장 위층에 있는 공간을 세미나 장소로 준비해 주셨다. 원래 예정된 공간이 훨씬 멋진 공간이긴 했지만 준비해주신 곳도 깔끔하고 집중이 잘 되는 곳이어서 만족스러웠다.


개별 발표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개발자, 디자이너, 금융상품 기획자가 함께 하는 워크숍이다 보니 대부분이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주제들을 준비해 오셨다.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해원님의 동영상)


이번 워크숍에서 베스트 발표로 뽑힌 2개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1) 박문수님의 Finovate 2015&2016

핀테크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Finnovate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주요한 회사들을 정리해서 알려 주셨다. 우리나라는 핀테크가 이제 시작이지만 미국/유럽 등은 꽤 오래전부터 산업이 활성화된 만큼 완성도 있고 특색 있는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 핀테크 회사들이 처음에는 금융에 필요한 기본적인 스택을 쌓아 올리느라 기술적 차별성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은데, 그 단계를 넘어선 회사들이 많이 보여 부러웠다. 8퍼센트도 곧 그 단계에 오를 수 있으리라.

테이블 위에는 인생공간에서 가져다주신 와인이 보인다. 역시 워크숍 분위기는 술이 살린다


2) 최진님의 UX기획자에 감정이입해보기

UX기획자와 그 역할에 대한 소개. 8퍼센트의 UX 기획자로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서 다뤄 주셨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발표 자료를 웹툰 형식으로 만들어 오셔서 청자들에게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전달했다는 것에 있겠다. 개발자로 디자이너가 포함된 프로덕트팀을 이끌고 있는 내게 “디자이너”라는 사람을 다시 한번 이해해 볼 기회를 주었다.

윙 가르디움 레비오우사~

개인 발표를 모두 마치니 이미 6시 30분이 되었다. 1분기 요약과 2분기 계획에 대한 큰 그림 공유를 최대한 간단하게 마치고 나니 6시 50분이 되어서, 원래 계획된 일정에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 개선 회의를 아직 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시작하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릴 것 같았다. 팀원들에 물었다.

     “흠. 아무래도 지금 시작하면 금방 안 끝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다들 감사하게도 흔쾌히 워크숍을 이어하는 것에 동의를 해주었다.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요구 사항을 모으는 것부터 배포까지를 롤플레이를 해보았다. 롤플레이를 하면서 각자가 불편했던 점 개선했으면 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해당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 같이 의견을 내고 토론을 했다. 한 시간을 예상했던 회의는 거의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팀원 분들께 워크숍이 어땠는지를 물어보았다. 다음과 같은 의견이 나왔다.


- 이렇게 생산적인 워크숍은 처음이다.

- 스타트업이 이런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프로세스라는 것이 최선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 대화를 많이 하자. 배고프다.    

-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니 신입들은 오래오래 다니면 좋겠다.    

- 타 회사에 비해 개발자의 서비스 이해도가 높다는 것에 감사한다.    

-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좋았다.    

- 다른 사람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들 조금은 흥분된 상태로 워크숍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나 또한 워크숍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모두들 열심히 준비해 주고, 생산적인 자리가 될 수 있어 무척 기쁘고 감사했다.

정리를 마치고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를 제외하고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잘 풀리는 하루인가 보다. 원우님이 추천해주신 맥주 종류 하나를 냉장고에서 비울 때까지 즐거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눈감은 병훈님. 미안해요. 저는 같은 사진을 두번찍지 않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