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먼지의 춤

몽생미셸 수도원에서

by 이효진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찾았다. 기댈 곳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고2 때 대한항공 광고를 보고 처음 프랑스 여행을 결심했던 곳이 바로, 몽생미셸이었다.


몽생미셸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섬이다. 만조 시에만 섬인 그곳은 이제 바위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주 옛날에는 건조한 땅 위에 있었다고 한다. ‘미카엘 천사의 산’ 몽생미셸의 뜻이다. 또한 13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수도원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수도원까지 가는 길에 우연히 백인 소년을 만났는데 그 소년은 매우 친절했다. 사람이 많았던 버스 안이었는데 영어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줄 모르고 비좁은 틈새로 멀리 보이는 그곳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속에서 두 가지의 내가 공존했다. 살다가 죄를 짓고 또 용서를 받고 싶은 이중적인 행동처럼 때때로 어떤 믿음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수도원에서 높은 계단을 오르던 곳에 십자가가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수도원에서 빛으로 바뀔 때쯤 검은 사제복을 입은 신부가 반대편에 서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기억들이 밖으로 쏟아져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앉았다.


”기도를 마친 사제는 책상으로 옮겨 앉아 먼 나라의 슬프고 아픈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빛이 먼지를 지우고 있습니다. 밤이 어둠을 돕고 있습니다. 사이…… 푹푹 눈밭에 빠지는 발소리가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들려왔기에. 너는 의자에 앉은 채로 걸음을 멈춘다.“ (이제니,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비로소 비워내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 내 몸도 마음도 모두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닌 것. 살아 있는 동안 내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땀을 흘리고 눈물로 삶의 가치를 향해 달려가는 길.


그 길 위에 내가 있었다. 삶을 하찮게 보는 작고 부끄러운 또 다른 내가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