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시절 고3 때의 봄은 유난히 짧았다. 체육 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졸업 앨범용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담임 선생님께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셨다.
“얼른 두 줄로 서“
”자, 여기 보고 웃으면서 하나~ 둘, 셋!“
봄은 졸업 사진을 찍기 좋은 계절이다. 푸릇하게 잎이 피어난 나무 아래에 서서 새로운 날들을 기대하는 상상이란 봄을 닮았다. 길었던 추위에서 벗어나 따듯한 햇살에서 태어나는 건 비단 새싹만이 아니다. 무언가 해야 할 결심이나 새롭게 갖는 꿈 또한 봄이라는 계절 속에서 함께 피어나는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것.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5월의 교정에서 친구들과 mp3에 담긴 마골피의 비행소녀를 들었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일에 막상 맞닥뜨리게 되면 나는 도망칠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오고 싶을 만큼 허접스러운 어른이 되어있음 안되는데…” 사계절 중 봄이 유난히 짧은 것처럼 인생의 파노라마 속에서 가장 어렸고 순수했던 시절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만큼 그립다는 이유일테다.
마치 활주로를 떠나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그 시절 나는 줄곧 어둠 속을 날았고 가끔은 낯선 도시에서 태양을 목격한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날고 있는지 모른다. 착륙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정처 없이 길을 헤매는 순진한 소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