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에는 사방이 고요하게 느껴지고 겨우내 바싹 마른 잎새가 유일한 생명처럼 나무들에 붙어있다.
산책을 하다가 사사사사- 잎새에 부는 바람에 귀를 기울였다. 살아있다는 것. 받아들인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까지 너그럽게 허용한다는 것.
얼마 전 직장 동료이자 은사인 분의 부고장을 받았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받은 장문의 글이었다. 황망하게 부고장을 들고 곧장 장례식장으로 갔다.
고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다정하고 소녀 같았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받아들인다는 것. 막을 수 없다는 것. 모든 사람은 죽음과 함께 산다. 사람마다 해야 할 몫이 다른 것뿐이다.
산다는 것. 결국 돌아갈 곳을 알지만 계속 살아가고, 수긍하면서도 우유갑에 적힌 유통기한처럼 일생을 섭섭하고 가엽게 여기는 것.
애초부터 우리는 우유처럼 희고 순수한 존재로 태어나 평생에 걸쳐 마음만 주다가 떠나는구나. 이제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별이자 빛인 고인에게. 저에게 겨울은 영영 사라지지 않는 설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