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by 이효진

FRENCH NEEDLE. 향수 하나를 샀다.

봄꽃이 피기 전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기존에 사용했던 향수 말고 다른 향수로 바꿨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것을 버리는 나름의 환승 이별이었다.


향수 말고도 애정하는 사물들에 이름이 각각 새겨져 있는데 예를 들면 초록, 파랑, 노랑, 검정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색깔로 나만의 표식을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생기는 특유의 향이 사물과의 관계를 특별하게 했다.


그래서 더 많이 좋아했었다.

“A 향수는 리치 계열이고 우디향이 짙은 숲 냄새라서 좋아.” 이렇듯 이해될 수 있는 말들로 좋아하는 이유가 명확하고도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물의 색은 변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새것이 아니다.

비단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관계 또한 이와 같다. 특정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마음을 쌓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일련의 사건으로서 떠나면 그리움으로 번지는 향수병처럼 사람은 누구나 슬픔을 갖고 지나간 것을 회고한다.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이랑 자주 했던 물감놀이가 있었다. 파란색 물감으로 스케치북에 칠해서 이건 바다라고 하고 다시 그 위에 하얀색으로 덧칠해서 눈이라고 했었다. 그 비릿하고도 머스크 한 냄새가 가끔씩 나를 스쳐 갈 때.


한때는 내게 에메랄드였던 사람들. 이제는 무채색으로 변해서 가까이할 수 없고 나는 다시 또 떠나야만 할 것이다. 언젠가 이 순간을 떠올렸을 때 아주 낯설고 축축한 냄새는 아니기를. 나는 지금 비가 내리는 안개에 싸여 있다.


흔적을 남기는 습관 (냄새, 장소, 날씨, 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