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불꽃 소예 Oct 25. 2023

작고 소박하게

크고 대단한 것들을 꿈꾸지 않고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간다.

누구나 대박을 꿈꾼다.

100억 로또, 부동산, 주식, 코인 대박, 큰 차, 큰 아파트, 큰 명품가방 등등 눈에 보이는 갖가지 멋진 것들이 때론 내 정신을 흐려놓을 때가 있다. 한 때는 그런 대박의 삶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한 마흔이 지나 보면 그게 남일이라는 것을 이젠 나도 깨달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런 대박을 꿈꾸지는 않는다. 그리고 때론 분에 넘치는 부와 명예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지도 않다. 최근 재벌, 연애인들의 마약뉴스를 볼때면 느끼는 거지만... 파친코 책에도 그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을 부패하게 만드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부와 성공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나로 돌아와, 평범한 내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반드시 어떤 것을 가져야만 행복하다는 관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려 지금은 건강해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 받아쓰기 50점 받아왔지만, 밝고 건강해서 또 감사합니다. 우리 신랑은 내 옆에 있으니 감사하려고 한다. ㅋㅋㅋ 우리 강아지 엄마 좋아해서 감사합니다. 회사가 9시 출근이라 아이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고요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새소리 들으며 살 수 있어 또 감사합니다. 밤늦게 지하실에서 고레고함지르며 노래 부를 수 있어 또 감사합니다.


현대인의 불행은 물질적 빈곤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보리밥 먹다가 쌀밥 먹으면 발전한 거지만, 옆집이 스테이크 먹고 있으면 괜히 내가 못난 거 같이 보이는 심리이다. 그래서 언론이 잘 지어내는 그런 말들을 바라보며, 다 같이 좌절하고 내 인생을 비관하기 시작한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래서 때론 이런 부정적 피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파보면 숨 쉬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게 기적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나태주 시인이 말씀하셨듯, 술 먹고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해야 한다. 라테가 아니라 나는 정말 그 말씀에 공감한다. 그냥 늦게 일어나 햇빛 샤워를 하며 출근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 될 수 있고, 따뜻한 커피를 내려 아님 나처럼 믹스커피를 타서 어슬렁 거리며 천천히 마시는 것도 하나의 기적이 될지도 모른다. 너무 크고 거대한, 반짝거려 보이는 어떤 허상을 쫓아가다 보니 지치고 좌절하고 우울한 게 아닐까? 거대한 담론도, 화려하고 엄청난 사건과 행운이 아니라도 그냥 소소한 지금을 받아들일 수 있어 다행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로또를 기대한 적이 사실은 많이 있지만, 그게 없더라도 나는 지금 현실에 딱 발붙이고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너무 현실감 없는 먼 미래와 허상을 쫓아가지 않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내가 되어 참 좋다. 예를 들면, 마당을 쓸어 본다던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긍정확언을 해보고, 자기 전에는 휴대폰을 보지 않는 것 그리고 하늘을 한 번씩 쳐다보고 책을 읽는 것 그리고 고소한 라테를 마실 수 있는 여유. 이런 것만 즐기더라도 벅찬 인생이다. 그래서 그렇게 원망만 했던 신에게, 내 팔자 왜 이모양이냐고 푸념만 늘어놓던 내가 이제는 내게 이런 소소하지만 벅찬 감동의 삶을 허락한 신께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래 내 삶은 기적인 거였다.!


자주 그 사실을 망각하긴 하지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