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말 한마디

내 세대에서 시작하고 싶은 언어

by 따뜻한 불꽃 소예

나는 다정한 말의 힘을 믿는다.

특히 가족 사이에서 건네는 다정한 말은, 때로는 삶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된다.


가족만큼 애증이 뒤섞인 관계도 드물다.

너무 가깝기에 원망스럽고, 그래서 더 밉다가도, 어느 순간 짠하고 안쓰러워지는 존재.

아마 그것이 가족일 것이다.


결핍의 에너지가 큰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다정한 감정 표현은 종종 사치가 된다.

생존이 삶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을 때, "사랑한다", "네가 있어 힘이 된다." 같은 말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고맙다", "미안했다"라는 말조차 서로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문제는 결핍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핍을 견뎌온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결핍을 관계로 보상하려 한다. 사람을 하나의 자원처럼 대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을 오래 붙들어 둔다.


또 어떤 이는 결핍을 감정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견뎌 왔다. 그래서 아픔을 묻는 말 자체가 두렵고, 안부를 건네는 순간 책임이 생길까 봐 회피한다. 대신, 실무적인 대화만으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한다. 악의는 없겠지만, 관계의 온도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이렇게 서툰 감정의 언어는 대를 이어 전해진다.

결핍의 에너지가 강한 집안일수록 감사와 사랑의 말은 줄어들고, 불신과 원망의 기류가 관계를 채운다. 결국 대화는 기능적인 말만 남고, 교류는 점점 사라진다.


예전에 유튜브 쇼츠에서 성시경이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제가 잘된 것도, 부족한 것도 다 부모님과 조상님 덕입니다."


처음에는 웃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환경과 유전의 영향을 깊이 받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선택한 말과 태도는, 언젠가 내 뒤를 잇는 사람들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게 될까.


만약 내가 늘 불안과 폭력 속에서 자랐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핍의 에너지가 어떻게 한 사람을 지나, 두 세대를 건너,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까이에서 보아왔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내 세대에서 그 흐름을 멈추어야겠다.


가족은 서로를 평가하고 이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응원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

말 한마디로 온기를 건넬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고마워
사랑해
네 덕분이야.
힘내.
참 수고했어.
너 정말 잘해 왔어.


이 말들이 어색하지 않은 집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오늘의 내 선택이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과연 하루를 함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오늘의 내 한마디, 내 선택으로

"그 할머니 덕분에 참 좋았다."

그런 말을 남길 수 있는 후손이 생길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비는 나에게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