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었다

요즘 디자인취업

Jul 6. 2025

얼마 전 취업을 한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서 힘들게 취업을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막상 취업을 하게 되어도 회사의 안전성이라든지 업무에 대한 고민, 그리고 향후 진로 발전에 도움이 될 회사인지의 여부 등 많은 부분에서 고민을 이야기한다.

취업을 하는 학생들마다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나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면서 학생들의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과거 내가 블로그에 작성했던 '첫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라는 글'은 이미 약 10년이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지금은 시장이 많이 바뀌게 되면서 취업 트렌드도 달라져서 그때의 이야기가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이 많이 있어서 다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과거에는 첫 회사가 정말 중요했지만 지금은 중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내가 작성했던 글에는 첫 회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그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는지의 여부 등을 이야기했었는데 지금은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래도 지금만큼 취업이 어렵지는 않았다.

체감상 10년 전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워졌다.

정말 많이 달라진 특징을 이야기한다면 회사에서는 대부분 '경력 있는 신입을 찾는다'라는 것이다.

이 모순된 단어가 생긴 것도 최근 몇 년 사이이고 유명 기업에 면접을 보고 온 학생들이 대부분 하는 이야기는 '경력이 없는 신입은 저 밖에 없었어요. 저는 안되겠죠?'라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여지없이 경력 없는 신입에게 꽤 유명한 기업에서는 기회를 결국 주지 않았다.

우선 중요한 것은 회사들이 원하는 경력 있는 신입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나는 첫 회사를 좋은 곳에 입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었다. 하지만 그 좋은 회사들은 처음인 사람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에 지금 이 말은 틀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취업하는 학생들을 보면 스펙이 아주 뛰어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디자인을 잘 한다는 유명 회사들을 한 번에 입사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첫 회사를 입사한 뒤에 환승 이직을 통해서 점프를 했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실력을 인정받아 원하는 회사에 안착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늘었다.

이런 현상만 보더라도 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로 디자인을 잘한다는 회사로 입사는 쉽지가 않은 것이 현재 취업시장의 현실이다.

취준 기간을 길게 잡아서 과거에는 한 번에 원하는 회사에 입사를 했었다면 지금은 가급적 취준기간을 짧게 잡아서 회사를 지원하고 회사에 입사를 한 뒤에 경력있는 신입이 된 상태에서 다시 기회를 잡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케이스가 현저하게 늘어난 것도 시장이 변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고 아무 회사나 입사를 하면 정말 물경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우선 취업을 해야 한다'라는 말에 아무 회사나 들어가도 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은 아니다. 회사를 입사하기 전에 정말 단 한 가지 고려를 한다면 회사에서 진짜 디자인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그러니까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입증할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

디자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취업이 되는 회사를 입사하게 되면 대부분 제대로 된 디자인 업무보다는 오퍼레이팅 업무만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것은 정말 무의미한 일이 되고 오퍼레이팅 업무를 하는 곳을 2번 정도 입사하고 퇴사하고를 반복하면 쪼가리 경력으로 물경력만 쌓는 악순환을 만들기 쉽다.

첫 회사에 너무 무게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첫 회사에서 디자인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물경력으로 가는 지름길이니 디자인 능력을 키우고 디자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회사로 입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다.

회사의 비전이나 회사의 안전성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할까?

취업을 한 학생들 중에서 회사의 비전이나 향후 회사가 망하지는 않을지.. 구조조정으로 사회의 쓴맛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여러 가지 우려 섞인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나에게 회사의 비전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해서 물으면 나 역시도 그건 알기가 어렵다.

회사에 실제 근무하는 내부 구성원들조차도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어느 날 갑자기 구조조정을 하는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현재 사회는 불안전성으로 가득하다.

요즘에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이야기나 유명 기업이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는 너무 쉽게 들리기 때문에 나 역시 회사가 안정적일 것 같다..라는 등의 말은 쉽게 하기는 어렵다.

회사의 안전성을 점칠 수는 없겠지만 만약 잡플래닛 같은 곳에 임금이 체불된다거나 구조조정을 한지 얼마 안 된 회사라는 소문이 있다면 그런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외에 정말 회사가 내일모레 문을 닫을지의 여부 등은 우리가 알기 어렵다.

첫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 가급적 빨리 환승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회사를 1년 다니고 난 뒤 환승 이직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환승 이직도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는다. 어느 조직의 소속일 때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기회를 1년 만에 잡을 수 있을 수도 있으니 첫 회사에 입사를 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회사에 입사하면 취준이 끝날 것 같았는데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냐"라며 나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회사라는 곳을 앞으로 다니게 된다면 직장 생활을 끝내는 시점까지 이직을 고민해야 하고 포폴을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한다. 회사에 입사를 했다고 해서 취준이 끝나는 것이 아닌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는 모두의 고민이다.

회사의 안전성 같은 것을 따질 시간에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

정말 중요한 것! 회사를 입사하고 나서는 이직할 곳이 정해질 때까지 퇴사를 해서는 안 된다.

취업을 한 학생들에게 내가 절대적으로 당부하는 말이 있다. 이직할 다음 회사가 결정될 때까지 절대 회사를 스스로 그만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인턴이라면 계약기간이 끝나서 퇴사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외에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다면 회사가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퇴사를 해서는 안 된다.

회사를 입사하고 난 순간부터 내가 입사하고 퇴사한 커리어는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퇴사와 입사가 반복되는 지원자는 회사에서 반기지 않는다.

다만 공백기 없이 환승 이직을 한 경우에는 다르게 본다. 공백기 없이 바로 이직을 한 경우는 다른 회사에 마치 스카우트된 것과 같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게 되기에 퇴사하고 쉬고 입사하고를 반복한 사람의 이력서와 다르게 분류된다.

퇴사와 입사를 반복한 커리어가 쌓여 있다면 자신의 핸디캡을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되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감정적으로 잠시 쉬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퇴사하고 몇 달 쉰 것만으로 내 이력서의 매력은 떨어져 보이게 된다.

재직 중일 때 기회를 얻기 쉽다.

첫 회사를 입사하기 위해 수십 군데 지원을 해도 서류 통과도 쉽지 않다가 내가 재직 중에 서류를 넣게 되면 그나마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경력이 있는 신입을 원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을 나 역시 학생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회사들은 재직 중인 직원을 다른 회사에서 데려오는 것에 매력을 더 많이 느낀다. 이건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헤드헌터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이건 업계 정설이라고 한다.

나라도 오랫동안 취준을 하거나 휴식기를 갖은 지원자보다 현재 근무를 열심히 하고 있는 지원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건 회사 담당자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재직 중일 때 기회를 꼭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작은 화장품 회사를 첫 회사로 입사를 하게 되었을 때 경력 있는 신입으로 유명 기업에서 데려가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허접해 보이고 문제가 많아 보여도 어느 조직에 속해서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중요하니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 있을 때 업계 경력을 쌓은 신입으로 매력을 어필해서 이직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