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쯤은]
"2019.09.15"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출국하는 날이 되었다.
전날부터 캐리어 무게를 맞추기 위해 짐을 줄이려,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고
결국 29.9kg을 맞춰, 30kg 기준을 통과할 수 있었다.
캐리어 두 개를 들고 공항으로 가려고 나와도 실감은 안났다.
그냥 잠시 여행가는 기분..? 설렘이 더 컸던것 같다.
인천공항 가는 길은 유난히 맑았다.
미세먼지도 없었고, 여름의 더위가 지나간 초가을 날씨였다.
부모님이 차로 공항까지 배웅을 해줬는데, 무덤덤 하시더라.
그래도 차타고 편안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캐리어 2개 끌고 지하철 타는건 진짜 상상하기 싫은 일이니까...
입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품을 받고 난 후 1시간 가량 앉아서 기다렸다.
많은 친구들이 잘 다녀오라는 카톡을 보냈는데, 그때 조금 실감이 났다.
특히 Y가 진심어린 걱정에 보낸 유럽 생활 팁과 말들이 적잖은 위로가 됐다.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좀 무거웠다.
설렘 가득한 상태로 갈 줄 알았는데, 조금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잘 지낼수 있을까?하는 걱정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들었고 그렇게 잠만 자다가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 공항에 내려 프라하 중앙역까지 가는 길의 기억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들리는 언어는 영어와 체코어 뿐이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30kg의 캐리어 두개와 7kg의 가방이 나를 압박했다.
풍경을 즐기는 건 뒷전이었고, 그저 나의 짐들을 무사히 기숙사까지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프라하 중앙역에 내려, 길을 헤매면서 오스트라바로 가는 기차 플랫폼을 찾아 이동했다.
기차역에서 바로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뭐... 각오는 했으므로 별 신경은 안썼다.
사실 장기간 비행으로 너무 지쳐있던 탓에,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프라하 중앙역을 보며, 쓸데없이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딱 맞아서 기차가 바로 왔는데, 처음타본 체코 철도청 기차는 참 낯설었다.
짐을 억지로 쑤셔 넣고 자리에 앉으니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오스트라바에 도착하면, 버디가 기차역에 마중나와있을테니 든든했다.
기차가 출발하고 표를 검사한 후에 물을 한 병 받았는데,
역시 내가 싫어하는 탄산수라 먹지 않고 내버려뒀다.
그 상태로 3시간 30분 기절을 하고나니 오스트라바 중앙역에 도착했다.
버디가 기숙사까지 가는 것을 도와줬고, 기숙사 등록까지 도와줬다.
여기서 문제가 조금 생겼는데, 기숙사 리셉션에서 나를 여자 기숙사에 배정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영문도 모르고 여자 기숙사에서 처음 한국인들을 만나게 되고, 서로 적잖이 당황했다...
버디가 바로 리셉션에 말해서 남자 기숙사로 옮길 수 있었고, 나의 첫번째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방은 한국남자 3인실이었는데, 나중에 D와 이사를 한번 가게 된다.
너무 피곤한 상태라 D와 P랑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밥을 먹은 후 죽은 듯이 잠을 잤다.
역시 나도 시차적응은 피해가지 못했다.
버디가 수강신청, 학생증, 교통카드 등을 만드는 것을 도와준다고 해서 아침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나는 시차적응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일주일 동안 계속)
방에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기 싫어서 산책을 나갔다.
처음보는 오스트라바의 일출을 보며, 이제 진짜 교환학생 시작이라는 실감이 났다.
나는 여기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나의 체코 생활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