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인본주의 시대 새로운 서체의 등장
1) 카롤링거 왕조, 반(half)언셜체의 등장
사람의 것은 사람의 행동을 닮았다. 그리고 행동에는 그 시대의 사상이 담겨 있다. 글자꼴 역시 사람 행동을 닮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사상이 담겨있다. 15세기 독일 구텐베르크의 활자 이후, 인쇄혁명이 일어났지만 결국 인쇄물은 사람의 동작, 즉 손글씨를 기계화시킨 것 이었다. 대표적으로 로마 황제의 기념비에서 볼 수 있는 대문자 형태의 그리스/로만 글자는 시간이 흘러 4세기 필사가 들의 편의를 위해 쓰기 편한 언셜체(uncial script-대문자 기반 스크립트 글자)로 발전했다. 도구의 발전에 따라 글꼴을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의 손글씨를 닮은 반언셜체(half-uncial)가 나타났다. 그리고, 소문자 탄생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손글씨를 닮은 반(half)언셜체는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 혹은 사람에 따라 특색있게 발전했다.
특색있게 발전하던 반(half)언셜체는 카롤링거 왕조에 의해 정리됐다. 8세기, 서유럽 대부분을 통일한 카롤링거 왕조 샤를마뉴 황제는 고전 라틴 문화(로마 문화)와 기독교 문화를 기반으로 문화 부흥을 위해 노력했다. 카롤링거 왕조를 중심으로 예술/문화/교육 개혁을 위해 많은 지식인을 불러모았고, 제국전역에 통일되지 않은 필체를 통일시켰다. 이 필체는 카롤링거 왕조의 글자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카롤링거 왕조의 붕괴에 따라 고전 라틴 문화와 기독교가 융합된 '카롤링거르네상스'는 단명했다. 왕조의 붕괴 이후, 각 지방의 글자꼴이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북유럽에서는 고딕체(Gothic) 혹은 블랙레터(Blackletter)라 부르는 두껍고 딱딱한 글자꼴이 출현했다.
2) 카롤링거 왕조와 르네상스, 휴머니스트 서체
독일, 마인츠 지방에서 시작된 인쇄혁명은 블랙레터를 기반으로 한 혁명이었다. 인쇄혁명 이후 독일의 인쇄업자들은 대주교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유럽 전역으로 방랑을 시작했다. 독일을 떠난 인쇄술은 유럽에 급속도록 퍼지며 인쇄기술을 확산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인쇄술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르네상스를 만나 꽃을 피웠다. 무역으로 풍족해진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도시계층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자들 저작이나 기록을 아랍과 동유럽으로부터 재수입했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있던 중세 '신앙 중심' 가치에서 '인본주의'고전적 가치 중심으로 돌아가려는 사회의 움직임, 르네상스 즉 그리스/로마 등 고전문화 부흥운동으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던 인문주의 학자들은 기존의 중세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글자꼴을 원했다. 따라서 이전까지 널리 쓰이던 중세의 정신을 대변하는 불경한 글자꼴 '블렉레터'와 차별되는 카롤링거 왕조의 정신을 담고 있는 반(half)언셜체를 기본으로 하여 획이 가늘고 속공간이 밝은 손글씨 양식을 사용했다. 이 형태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인본주의적 미학을 표현한다.
새로운 시대 인간이 사상의 중심으로 돌아온, 르네상스 시기에 등장한 서체 양식을 '휴머니스트' 혹은 '베네치안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휴머니스트 스타일은 소문자 'e'의 가로획이 기울어져 있고, 소문자 'a'의 볼(bowl)이 낮게 위치한 점 등 획의 시작과 끝, 굵기의 변화가 일어나는 부분 등에서 손글씨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휴머니스트 스타일은 사람의 행동을 닮았으며, 신을 떠나 인본주의적 가치 중심으로 돌아가려는 시대의
정신이 담겨 있다.
휴머니스트 서체
센토(Centaur)', '케널리(Kennerley)', '골든 타입(Golden Type)
참고 자료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 안그라픽스 / 원유홍, 서승연, 송명민
타이포그래피 교과서 / 안그라픽스 / 제임스 크레이그, 아이린 코롤 스칼라, 윌리엄 베빙튼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33가지 서체 이야기 / 세미콜론 / 김현미
서양미술사 / 예경 / 곰브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