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대와 디자이너의 역할

4. 인공지능 시대 디자이너의 재정의

by 이재구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경기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드라마 혹은 웹툰으로나 접했던 바둑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바둑으로 뒤덮고 있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겼던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삶에 충격적인 속도로 다가왔다. 1440년경 구텐베르크 활자의 탄생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2개월 동안 1권이 만들어지던 책이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이후에는 일주일 동안 약 500권이

만들어졌다. 1450년부터 1500년까지 유럽 각국에서 2000만 권에 달하는 인쇄본이 나왔다. 인쇄술은

마인츠에서 독일로, 유럽 전역으로 보급되었으며, 유럽의 종교 개혁과 지식 혁명을 촉진했다. 인쇄물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인해 인류의 지식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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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오트마머겐탈러의 주조 활자 발명은 인쇄 자동화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라이노타입(linotype)이라 불리는 이 활자기는 활자를 한 개씩이 아니라 한 줄(line)로 제작했다. 한번 제작된 행들은 다시 녹여졌고,

자동으로 수정할 수 있었으며 수많은 납 조각들로 단어나 행 사이에 여백을 만드는 과정도 생략할 수 있었다.

1년 뒤, 1887년 완전 자동화된 모노타입(monotype) 활자기는 한 행이 아니라 한 글자씩을 주조할 수 있게

만들어졌으며 이 인쇄기들의 발명은 복잡한 인쇄를 간편하게 만들었고, 여러 면에서 효율적인 인쇄를

가능하게 했다. 효율적인 인쇄는 더 다양한 지식을 퍼트렸고,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등장했다. 컴퓨터는

다른 산업과 같이 인쇄 산업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인쇄 장인의 숭고한 영역이던 활자의 배열, 조판 등의

과정 역시 컴퓨터 사용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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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인쇄는 사람들의 지식을 채워 넣었고, 컴퓨터 탄생의 바탕이 되었으며 컴퓨터의 탄생은 인쇄 산업을

변화시켰다. 컴퓨터가 만들어낸 인공지능은 어떤식으로든 글자꼴에도 들어올 것이다. 글자꼴 데이터는

정량적, 정성적으로 관리될 것이며 최적의 가독성을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최적의 조합으로 정보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글자꼴을 지나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디자인의 영역이 늘어남에 따라 디자인 산업은 많이 바뀔 것이다. 인쇄 장인들이 그랬듯이 디자이너의 숭고한 영역이 일반 사용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디자인의 영역에서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할 때가 머지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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