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 재료 이해

3. 글자꼴을 이해한다는 것

by 이재구
타이포정리.jpg


디자이너는 추상적 정보를 시각적으로 가공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시각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과정을 요리에 비유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추상적 정보를 시각적으로 가공하기 위해 각자의 기준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고 요리한다. 사람들은 요리된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 그리고 먹은 것을 자신의 경험과 기호에

따라 각자 다르게 소화한다. 여기서 디자이너가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음식을 먹는 사용자다.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먹기 편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더라도 중환자에게 죽이 아닌

밥을 제공할 수 없다. 즉,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이해하고 정보의 데이터를 사용자에 맞게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를 알고, 이해하는 것 만으로는 좋은 요리사가 될 수 없다. 결국 요리사는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음식의 맛은 재료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짜장으로 만든 짜장면이 다 같은 맛이

아니듯 같은 정보의 디자인도 디자이너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따라서 시각물을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재료에 대한 이해는 훌륭한 디자이너의 기본 소양이다.


타이포요리.jpg


시각물의 기본 재료는 글자꼴이다. 디자인 어느 곳에나 글자가 있다. 글자꼴은 텍스트로 구성된 정보의

기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글자꼴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글자꼴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디자이너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텍스트 정보를 접하는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글자꼴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용자들은 정보를 접할 때 글자꼴로 전달되는 의미를

이해하고 싶을 뿐 글꼴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즉 본문에 쓰이는 글자꼴은 본문 정보의 맛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글자꼴은 정보의 맛을 좌우한다. 글자꼴은 미학과 형태적 기능 사이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전달하는 정보의 맛을 내야 한다. 이 맛을 통해 디자이너는 쉽게 보이지 않는 디테일을 잡아야 한다. 따라서

재료에 대한 이해가 없는 디자이너는 적절한 글자꼴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물론 글자꼴의 선택이 도서

매출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시각적 결과물에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자꼴의 역사, 철학 그리고 형태적 논리성 등의 이해를 통한 글자꼴의 섬세한 선택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힘을 더욱더 강하게 그리고 은은하게 전달해 준다. 사실 이해하면 나쁜 재료가 없듯이 나쁜 디자이너가 있을 뿐, 나쁜 글자꼴은 없다. 훌륭한 요리사는 재료를 이해하고 선택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타이포그래피 용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