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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택으로 채우는 공간

Collect를 완성하는 작은 선택

by 이재구

점차 공간은 채워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빈틈은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더 작은 것들을 고민했다. 소리와 빛, 그리고 빈 공간에 무엇을 두느냐에 따라 공기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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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오른 건 스피커였다. 우드와 플라스틱 사이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플라스틱은 소리가 선명했지만 오래 들으면 날카로움이 남았다. 우드는 처음은 둔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워졌다. 결국 우리는 우드를 택했다. 오래 들어도 편했기 때문이다.


스피커를 들여놓는 건 단순히 기계를 놓는 일이 아니었다. 음악은 공간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음악은 항상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선명한 소리보다 오래 들어도 부담 없는 울림을 택한 건, 손님들이 이곳에 조금 편안하게 더 머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루의 대부분은 낮이었다. 그래도 오래 남는 건 해가 진 뒤였다. 가게를 시작하던 20년 서울숲 거리는 어두워지면 금세 조용해졌다. 인적 드문 골목에 불이 켜지면, 가게는 낮과는 다른 표정을 가졌다. 작은 불빛은 빛이 드물던 서울숲에서 가게의 위치를 알리는 안내 같았다. 적막한 거리 속에서 조명은 Collect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신호였다.


벽에는 포스터를 걸었다. 포틀랜드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손님들은 가끔 물었다.

“이건 어디예요?”
짧게 대답했지만, 한 달 정도 머물며 본 거리와 사람들의 느긋함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 여유를 이곳에도 가져오고 싶었다. 그래서 벽에 포스터 하나를 걸어두는 것만으로도, 공간은 어느 쪽을 향하는지 드러났다.


바닥과 가구도 같은 결을 따랐다. 밝은 색은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았다. 월넛 나무와 어두운 바닥을 택했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카페에 있는 사람들 보다 공간이 앞서지 않도록 톤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그 위로 음악과 조명, 벽의 사진이 얹히며 공간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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