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은 참 애매모호했다. 유난히 길었던 연휴는 꿀 같은 휴식을 줬으며 쉬는 동안 쌓인 업무는 야근을 안겨줬다. 아시안게임과 여의도 불꽃 축제는 찬란한 꿈과 희망을 보여줬으며, 이태원 1주기는 씁쓸한 현실을 꼬집어줬다. 그렇게 여름과 겨울 사이에 있던 10월의 가을은 때론 따듯하게, 때론 차갑게 우리를 맞이해 줬다.
개인적으로 10월에 잘했다고 생각 드는 것으로 2가지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페어링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술과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페어링 공부를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개인의 취향은 다 다르고, 그에 따라 정답이란 게 없는 분야라 공부를 한다고 마냥 실력이 높아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도전한 이유는, 전통주 추천이라는 것은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답이 있던 없던 '함께하는 음식'이 추천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레드와인에는 고기'와 같은 공식만을 바라보며 경험해보지도 못한 합을 뭉뚱그려 추천하고 싶진 않았다. 같은 돼지고기, 소고기일지라도 부위나 조리법에 따라 특징이 다 다를 텐데 이러한 특징은 고려하지도 않고 돼지고기에는 이 술, 소고기에는 이 술 이렇게 퉁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일단은 부딪혀 보며 공부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난로회를 통해 고기를 바라보는 견해가 넓어지다 보니 지금의 도전으로 연결시키게 됐다. 역시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나의 이 도전에 얼마나 효용성이 생길지는 모르겠다. 전문가가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고, 흔히 말하는 허튼짓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시작을 했으니 점차 답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뭐 하다 못해 나의 허튼짓이 가여워서 누군가가 구원을 손길을 내어줄 수도 있는 거고.
나의 '죽음 디데이' 컨셉의 일기
잘한 점 두 번째로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가 일기를 쓰는 목적은 한 가지다. 나의 삶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겠지만, 무엇보다 나의 꾸준함을 증명하고 싶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글을 쓰려면 주제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내용이 있어야 한다. 말은 쉽겠지만 매번 쓸 내용을 정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꾸준한 글쓰기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매일 쓸 글의 주제를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글의 형식으로 어렵지 않게 일기를 떠올리게 됐다. 하루동안 쌓았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글로 풀어쓰면 됐기 때문에, 하루가 끝나가는 밤이 찾아오면 주제를 고민할 일 없이 자연스레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 쓰진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쓰려고 노력을 해서 이번 10월에만 총 12개의 글을쓸 수 있었다. 일기 외의 글을 포함해서브런치에만 18개의 글을 썼으니 아마 지금까지의내 인생 중에서 가장 많은 글을 쓴 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번 달의 못한 점으로는 한 가지가 있다.바로 독서다. 추워지는 날씨에 몸이 웅크리기 시작했는지, 출근길마다 읽었던 아티클에는 소홀해졌고, 단 1권의 책도 완독 하지 못한 한 달이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글을 쓰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다가오는 11월에는 10월의 잘한 점을 유지한 채 적어도 1권의 책을 완독 해볼 계획이다.
요즘에는 인터넷 안에서도 Ai와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가 있지만, 다양성과 정보의 질 측면에서는 여전히 책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은 인터넷이 우위를 차지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이슈화되는 것만 퍼질 뿐이다. 소품종 다량생산의 느낌이랄까. 개인의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정보를 무자비하게 나누는 형태에 가깝기에 결코 다양하지 못하다.
나는 스스로를 지적 재산을 축적하고학문의 견해를 넓히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생각만 하다면,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지 못한 채 세상을 겉돌고 부정하며 사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고 진실된 사고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다음 달에는 독서에 좀 더 집중하며 한 달을 보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너무 의미가 거창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