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 교보문고 = 여행책방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가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선보인 여행책방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여행이 글자 또는 교보문고에서 다루고 있는 대표 상품인 책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곱씹으며 생각해 보니 견해가 뒤 바뀌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찾아보는 블로그·책·어플 등 온갖 정보, 무수하게 써 내려가는 계획표, 캐리어 한 구석을 차지하는 책,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영수증, 영수증을 기록하는 가계부, 중간중간 소식을 알리는 SNS 포스팅, 설렜던 마음이 담겨있는 일기장 등 오히려 글자, 더 나아가선 글이 없는 여행을 상상하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여기어때는 글과 여행의 끈끈한 관계를 진작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팝업 안의 콘텐츠는 크게 (1) 문장 수집, (2) 나의 여행 기록, (3) 여행지 큐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문장 수집 공간에는 여행과 관련된 책 속의 문장이 담긴 카드가 진열되어 있었고, 마음에 드는 문장 카드를 집어 홀더에 담아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문장 대부분이 팝업을 소개하는 문구 그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자리에서 바로 여기어때 어플을 켠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저 역시도 생생한 묘사와 공감 가는 글귀 앞에 흔들릴 정도였으니 말이죠.
이번 여행책방 내에 쓰인 모든 글은 여기어때 잘난체와 잘난체 고딕으로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문장 수집 공간이었는데요. 한 바퀴 뺑 돌아 문장 카드를 보고 나니, 여기어때가 이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순 없었습니다. 이 맛에 기업들이 폰트를 만드나 봅니다.
나의 여행 기록 공간은 질문지에 본인의 답을 기록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질문으로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순간은?, 여행지에서 먹었던 최고의 음식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와 그 이유는?'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답은 현장에 바로 걸어두어 전시를 해두고 있었는데, 기록들을 보다 보니 필체에 설렘과 행복이 담겨 있는 게 보여 괜스레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여행지 큐레이션 공간은 여행지 뽑기와 북 큐레이션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먼저 여행지 뽑기는 뽑기의 레버를 돌리면 영수증을 닮은 종이가 말린 채 담겨 있는 플라스틱 원형 통이 나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종이 안에는 추천하는 여행지, 여행지와 관련된 문장 그리고 쿠폰코드가 쓰여 있었습니다. 문장은 이미 문장 수집 공간에서 봤던 글귀라 비교적 쉽게 눈이 지나쳐 갔습니다. 하지만 쿠폰코드라는 한 단어는 어느샌가 저를 플레이 스토어로 안내해 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쿠폰 등록까지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이래서 다들 글은 간결하게 쓰라고 하는가 봅니다...) 참고로 쿠폰의 내용은 국내숙박 5만원 이상 예약 시 1만원 할인이었습니다.
북 큐레이션에는 '당신의 여행에 영감이 될 도서'라는 주제로 총 15권 책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있는 책 그대로 나열을 해뒀더라면 매력이 덜 했을 텐데, 포장 패키징이 더해져 현장에 몰입감을 더해주는 듯싶었습니다.
친근함도 쌓고, 앱 다운로드 수와 가입자도 올리고, 공간이 넓진 않았지만 알짜배기로 잘 구성된 팝업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여기어때하면 신동엽 님만 떠올랐는데, 이젠 글과 함께 하는 여행처럼 낭만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접근성도 좋고, 여행과 책 어느 하나 무익한 게 없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느긋한 게 한 번 다녀오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간 김에 책도 한 번 사보고요.
*사실, 공간 이름은 제 글의 이해를 돕고자 제가 지었습니다.
팝업 정보
기간: 2023. 10. 06(금) - 11. 24(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