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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Jan 05. 2024

따분함은 반복이 아닌, 목적없음에서 나온다.

반복은 목적에서 나온다. 그래야만 한다.

2024년 1월 4일 (-3° ~ 6°)


할 일 많지 않음에도 재택근무를 하며 집중력을 발휘하기란 역시 어렵다. 나한테 진작에 넘어왔어야 할 일이 아직 오지 않아 업무의 텐션이 느슨해진 것도 나의 집중력에 한몫해 준 것 같다.


퇴근 후에는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정리했고, 노션에 아이디어와 레퍼런스를 쌓는 공간을 만들어 뒀다.


앞서 말한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시작한 건 하나도 없지만, 벌써부터 뭔가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기분이 든다. 마치 투명한 물이 나오길 기대하며 쌀을 백세하는 듯한 느낌이다.


백세란 말 그대로 백번 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에는 쌀이 워낙 깨끗하게 나와서 쌀을 백 번씩이나 씻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과거에는 쌀 표면이 더러웠고, 부족한 도정 기술 때문에 쌀에는 술을 빚을 때 나쁜 영향을 주는 성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불순물을 잘 씻어내고자 물이 불투명해지지 않을 때까지 끝없이 쌀을 씻곤 했는데, 이를 백세라 불렀다.


백세에서 중요한 건 깨끗함과 쌀의 입자가 깨지지 않는 것이다. 깨끗함은 반복되는 행동 속에서 비롯되는 오랜 기다림에서 나온다. 쌀의 입자가 깨지지 않는 온전함은 지치지 않는 올곧은 자세, 다시 말하자면 집중력과 평정심에서 나온다.


나는 오늘을 단순 반복으로 가득 찬 하루라 생각했다. 지치기도 했고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왕 백세를 하는듯한 기분이 든 김에, 백세를 하듯 요령 피우지 않고 진득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국 '투명한 물'과 같은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단순 반복에는 잘못이 없다. 목적과 행동을 연결시키지 못한 사고에 잘못이 있다. 심지어 오늘 내가 백세라고 느낀 행동도 목적을 갖고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목적과 행동을 함께 겸비하며, 늘 상 연결할 수 있는 사고를 갖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목적이 없다면 안 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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