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만 좋으면 된다는 착각을 버려라
최근 외식업계를 둘러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핫한 외식 브랜드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메뉴를 잘 만드는 건 기본이고, 그 메뉴를 가지고 어떻게 소비자를 즐겁게 만들 건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런 고민의 결과가 바로 브랜딩이다. 그렇다면 다시,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소비자를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어차피 음식 이야기에서는 인터비즈의 이한규 에디터와 함께 외식업계의 브랜딩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브랜딩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로고 디자인'이나 '멋있는 이미지'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핫한 외식 브랜드들을 인터뷰해 보면 브랜딩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
브랜딩 = 차별점을 만들고, 이를 잘 알려서 우리 브랜드의 팬덤을 늘리는 활동
이한규 에디터는 40여 개의 F&B 브랜드를 인터뷰하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크리에이티브한 활동만이 브랜딩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 자체도, 매장 운영 방식도 모두 브랜딩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외식업계에서 가장 헷갈리는 개념이 바로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다. 둘의 구분은 간단하다.
▶ 마케팅: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 방점을 찍은 활동
· 할인 쿠폰 발송
· 단골손님에게 문자 발송
· 즉각적인 판매량 증가를 위한 프로모션
▶ 브랜딩: 브랜드의 팬덤을 쌓는 장기적인 활동
메뉴 관련 커뮤니티 행사
브랜드 스토리 구축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
흥미로운 점은 마케팅과 브랜딩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기적인 매출을 위해 시작한 활동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의도치 않게 팬덤을 쌓는 브랜딩 활동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코끼리 베이글의 인스타그램 운영이다. 매일매일 베이글을 굽는 이야기와 신메뉴 개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꾸준히 올린다. 언뜻 보면 당장의 메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 같다. 하지만 이런 피드가 하나씩 쌓이면서 소비자들은 '아, 여기는 진짜 베이글에 진심이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결국 단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요즘 거의 모든 외식업체가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댄스 챌린지나 단순 유머 콘텐츠로 바이럴을 노리는 등 목적 없이 트렌드만 따라 하는 계정들도 많다. 그런 것들을 보면 자연스레 '바이럴은 될 수 있겠지만, 그 바이럴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본질에서 벗어난 콘텐츠는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해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성이다. '우리 피드를 봤을 때 우리 식당에 대해 이런 이미지는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필아웃 커피의 사례를 보자. 사장님이 실험적인 메뉴들을 개발하는 과정을 릴스로 꾸준히 업로드한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여기는 진짜 커피를 연구하는 곳이구나', '매장에 가면 즐거운 분위기일 것 같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외식 브랜드의 브랜딩 = 단골을 늘리기 위해 기획 및 실행하는 모든 활동
그렇다면 외식 브랜드에게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브랜딩의 목표가 팬덤을 늘리는 것이라면, 식당에서 팬덤은 곧 단골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모든 활동이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경험 = 메뉴로 만족시키고 싶은 구체적인 경험
그렇다면 브랜드 경험이란 무엇일까? 풀어서 말하면 '우리 식당에 손님이 왔을 때, 이 메뉴를 통해서 이런 즐거움만큼은 확실히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요즘 국내 외식 시장은 상향 평준화되었다. 맛있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 되었고, 손님들이 저절로 알아서 찾아올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래서 핫한 외식 브랜드들의 공통 질문은 이것이다. '무슨 메뉴로 어떻게 소비자를 즐겁게 만들 건가?'
다음 편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찾아보겠다. 코끼리 베이글, 치즈플로, 서울집시 등 실제 성공 브랜드들의 전략을 통해 외식업계 브랜딩의 실전 노하우를 알아보자.
본 글은 '어차피, 음식 이야기 _ Ep. 요즘 잘 되는 요식업엔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를 가공하여 작성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