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보다 불완전한 실행
나는 F&B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늘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들을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이건 정말 하고 싶은 걸까?", "왜 하고 싶은 거지?" 같은 질문들이 앞서기 때문이다.
생각이 뾰족해지지 않으면, 행동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내 노트에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때로는 그 목록을 보며 '언젠가 할 수 있겠지'라는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만 두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함께 생긴다.
결국 내 콘텐츠는 언제나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흥미로운 주제들은 많지만, 사람들에게 매력이 있을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다. 전략적인 접근을 배우거나 써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씩, 아주 불규칙하게나마 콘텐츠를 발행한다. 신기한 건 그 간헐적인 기록조차도 나의 자산이 되고, 브랜딩에 힘이 되어 준다는 사실이다.
한 편의 글, 짧은 영상 하나라도 남겨두면,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자체가 나의 증거가 된다. 꾸준하지 않아도 무(無) 보다 훨씬 강력하다.
나는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꾸준함'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최대한 힘을 빼고, 변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기획하려 노력한다.
중요한 건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속도나 효율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최근에는 AI 덕분에 생산 속도가 훨씬 빨라졌지만,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면 빠름 자체가 의미가 없다. 어떤 도구를 쓰든, 그것을 지탱하는 동기가 약하다면 금방 지쳐 버린다.
그래서 나는 AI의 편리함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이게 나에게 왜 필요하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다.
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별도의 워크시트를 갖고 있지는 않다. 대신 계속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틀이 만들어진다.
사실 워크시트라고 해도 결국은 나를 돌아보는 질문들의 모음일 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이걸 할 시간은 있는가?", "예산은 가능한가?", "작업할 공간은 있는가?" 같은 질문들.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내가 가진 자원과 한계가 명확해진다. 내가 영상 편집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면, 내 콘텐츠 워크시트에는 '영상'이라는 형식은 빠지게 되는 식이다. 대신 글이나 이미지 중심의 작업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속 가능한 길을 만들어 준다.
나는 매일 흔들린다. "나는 왜 콘텐츠를 만드는 걸까?", "더 나아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는 왜 사는 걸까?" 생각이 끝없이 뻗어나간다.
하지만 그럴수록 최대한 가볍게 생각하려 한다. "그냥 사니까 사는 거지. 더 잘 살고 싶으니까 이것저것 해보는 거지."라는 식으로.
누구에게나 이런 혼란은 찾아올 것이다. 중요한 건 좌절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믿는다. 오늘의 흔들림이 내일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지만, 적어도 멈추지 않고 고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끔은 답을 찾지 못한 채 흘려보내는 하루도 있지만, 그런 하루조차도 다음 생각의 바탕이 된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은 방향이고, '할 수 있는 것'은 속도다. 욕망만 바라보면 제자리에 멈추지만, 가능성 안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결국 도착지점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멀리 있는 북극성과 같다. 지금 당장 닿을 수는 없지만,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 준다. 반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발밑의 작은 돌길이다.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걸으면 결국 어딘가에 닿는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엇이 좋은 콘텐츠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내가 최근에 본 콘텐츠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분석해 본다. 왜 그 콘텐츠가 인상 깊었는지, 어떤 부분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메모해 보는 것이다. 그 작은 분석 하나가 나중에는 더 큰 콘텐츠 기획의 기준이 된다.
이런 작은 시작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거대한 프로젝트와 만나게 된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한 걸음을 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완벽한 전략이나 알고리즘 대신, 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골라 꺼내놓는다. 그 작은 시도가 쌓여 언젠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과 만날 것이라 믿으면서.
그리고 그 믿음이야말로, 내가 콘텐츠를 계속 이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