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에서 시작해서 1명이 남을 때까지

실패도 성장의 재료가 되는 순간

by 이재민

나는 LBCC라는 커뮤니티를 4-5번 나간 적이 있다. 주니어와 시니어 사이의 '중니어'를 위한 모임으로, 서로의 실무 경험을 나누는 자리다.


LBCC 운영진과의 인연은 LBCC 가 생기기 전부터 시작됐다. 지금의 LBCC 운영진이 다른 플랫폼에서 진행하던 콘텐츠 기획 강의를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인연이 쌓이다가, 나중에 그분이 LBCC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게스트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영진이 제안했다. "콘텐츠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엄청난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마케터도, 압도적인 조회수를 가진 제작자도 아니다. 하지만 음식 전문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를 5년째 이어오고 있고, F&B 콘텐츠를 한결같이 다뤄왔다. 아마 그런 꾸준함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


음식이 좋아서 시작한 콘텐츠가 어느새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이제는 얼떨결에 강의까지 하게 된 것이다. 강의 자체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콘텐츠를 주제로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기도 했다.




원씽에서 찾은 답


그때 나는 한창 『원씽』이라는 책에 감명을 받고 있던 때였다.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 삶을 살아가는 방향이 책의 내용과 많이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원씽으로 콘텐츠 시작하기'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으니까.


전략이나 수치적인 내용? 나는 잘하지도 못하고 경험도 없다. 그런 주제로 강의를 한다면 강의가 아닌 연기를 하는 셈이다. 나는 진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건 진정성이 없는 콘텐츠이자 강의가 되는 거니까.


나만의 원씽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속가능성. 나를 모르면 동기부여를 만들 수 없고, 동기부여가 없으면 콘텐츠는 오래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야근이 많은데 사이드로 매일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불가능에 가깝다. 처음엔 기세로 두세 개 정돈 만들 수 있겠지만 곧 지쳐버릴 것이다.


나는 엄청난 전략을 말할 수는 없어도, 끊임없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안다. 그게 내 장점이고, 이번 강의의 출발점이었다.




나를 먼저 아는 것부터


강의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먼저 알자'였다.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를 깊이 들여다보다 보면, 오히려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또,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져 더 적합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실습은 『원씽』의 '초점 탐색 질문'을 변형해 각자의 원씽을 찾고, 그걸 바탕으로 현실적인 기획안을 작성해 보는 시간이었다. 야근이 많아 제작 시간이 주 1회밖에 안 된다면, 발행 주기를 2주 1회로 설정하는 식이다.


누군가는 "알고리즘을 타려면 하루에 하나는 올려야 한다"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거대한 수치보다 나의 브랜딩과 지속가능성에 포커스를 뒀다. 적어도 이번 강의에선 말이다. 물론 나도 필요에 따라선 전략적으로 간다. 사이드 잡이 아닌 본업으로서 성과를 내야 할 땐 말이지.




참가자가 사라져 가는 현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애초에 4명밖에 모이지 않았는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3회 차부터는 1명만 나왔다.


나는 전략적 방법이나 수치 중심의 내용을 다루지 않으니, 사람들의 흥미가 떨어지는 듯했다. 대부분은 '좋아요 늘리기', '조회수 올리기'에 더 관심이 있을 테니까. 게다가 내 이야기는 철저히 내 경험에 기반해 있다 보니,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설득력이 부족했다.


사람들이 안 오니까, 참가자들의 원씽을 제대로 들어볼 기회도 없었다. 그게 참 아쉬웠다. 내가 준비한 실습의 핵심이었는데.




제작자와 교육자 사이의 거리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제작자와 강의를 하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구나.


특히 오프라인 강의는 부담스러웠다. 온라인에 발행되는 콘텐츠 정도였다면 시간 정도만 들이고, 맘에 안 들면 바로 이탈하면 그만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그럴 수 없다. 시간과 돈을 들여온 사람들 앞에 서 있다는 압박감. 내가 그들의 시간과 돈을 뺏고 있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 무거워졌다.


나는 아직 콘텐츠를 가르치기에 부족한 사람이구나. 더 공부하고,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5% 달성의 의미


4회 차까지 한 번도 안 빠지고 나오신 분은 한 분. 그 한 분이 계속 나왔으니, 재방문율을 그래도 25%는 달성한 건 아닐까?


그 한 분의 존재가 나에게는 큰 의미였다.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경험이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것과 부족한 것


사실 나의 콘텐츠를 수치적으로 증명하자고 하면 조회수나 구독자 수 등은 처참하다. 하지만 발행 기간으로 본다면? 꽤 꾸준한 편이다. 수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꾸준함 덕분인지 그래도 식품과 관련된 강의나 잡지 인터뷰 등도 해봤다.


하지만 이번 강의를 통해 깨달은 건, 꾸준함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이었다. 내 경험을 수치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다.




성장의 동력


이번 강의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려움 덕분에, 나는 다시 제작자의 자리로 돌아와도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게 됐다.


교육자의 자리에서 바라본 콘텐츠는, 내가 만들던 콘텐츠를 다시 점검하게 했다. '이게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내 경험담이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할까?' '난 나의 이야기만 강요한 건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더 진지하게 던지게 되었다.


결국 지속가능성이라는 나의 철학이 더 선명해졌다. 콘텐츠든 강의든,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힘들었지만, 그 경험마저도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 동력은, 다음 강의에서도, 다음 콘텐츠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4명에서 시작해서 1명이 남았지만, 그 1명이 끝까지 함께했다는 것. 그것이 내게는 충분한 의미였다. 양보다 질, 규모보다 진정성. 결국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결과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