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일관성이 만든 나
사람들은 흔히 브랜딩을 로고나 디자인에서 찾는다. 물론 맞는 말이다. 잘 만든 로고, 세련된 디자인은 분명 브랜드를 설명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흔적들, 글과 목소리로 남겨온 기록 또한 브랜딩이다. 누군가 나를 떠올렸을 때 그려지는 성격이나 모습, 그 모든 유·무형의 요소가 결국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록이 곧 나다"라는 걸 깨달은 건 글을 쓰면서였다. 같은 주제로 여러 명이 글을 쓰더라도,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면 신기하게도 바로 알아봤다. "이거 ○○님이 쓴 글 맞죠?"라는 말.
처음에는 회사 동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기쁘다거나 뿌듯하다는 감정보다, 먼저 신기했다. 나도 모르게 나를 표현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내 안의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돌이켜보면,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브런치 글, 다양한 콘텐츠 모두 결국 F&B라는 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그 덕분인지, 내 성과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대부분은 나를 'F&B 전문가' 혹은 '콘텐츠 기획자'로 기억한다.
그것은 내가 의도적으로 만든 결과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쌓여온 기록이 만들어낸 인식이었다. 사실 나는 브랜딩을 의도하고 행동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꼭 "이건 당신답다"라는 말을 직접 듣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내 글을 보며 나다운 느낌을 얻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콘텐츠를 만들 때 언제나 진정성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표현되지 않아도, 그 진심이 스며 있기를 바란다.
가끔은 스스로가 만들어진 브랜드 같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내게 특정한 이미지를 입혀주고, 그 이미지가 다시 나를 규정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오해도 있다. 나는 콘텐츠를 엄청 잘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F&B를 학자처럼 깊이 아는 사람도 아니다. 마케팅 성과를 압도적으로 내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면, 그건 내가 가진 힘이라기보다 쌓여온 이미지일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가 만들어진 브랜드 같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깨달음이 있고 나서,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표현이 내가 된다면, 나는 나의 표현에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의 기록이 쌓여서 나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되니, 책임감도 생겼다. 단순히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무작정 쏟아내는 게 아니라, 이 표현이 정말 나를 대변하는 건지,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를 더 고민하게 됐다.
전략에 대해 고민할 때도 당연히 있다. 나의 표현을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히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100명의 손님이 오는 가게를 만들기보다는 1명의 단골을 만드는 가게가 되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때마다 전략을 위해 생각을 해보긴 하지만, 결국엔 진정성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진정성 없는 전략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구태여 말을 좀 더 붙이자면,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전략 있게 운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그 전략은 부족한 부분이기에 진정성이라도 잡아야겠다 싶은 마음이다.
결국 브랜딩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기록이 쌓인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글쓰기, 팟캐스트, 실험과 기록은 모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단서였다.
대단한 무언가를 해낸 건 아니지만, 작은 시도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건, 브랜딩은 만드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매일의 작은 선택들, 그 선택들이 담긴 콘텐츠들, 그리고 그 콘텐츠를 통해 드러나는 가치관들. 이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일관된 모습으로 엮어진다. 그리고 그 모습이 바로 브랜딩이 된다.
브랜딩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냥 내가 매일 쌓아온 기록 속에서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앞으로도 계속 쌓여갈 것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진정성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