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해 보이는 스타트업 속에도, 나름의 질서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바쁨'에도 종류가 있을까? 만약 그렇더라면 나의 바쁨은 분명 유쾌하거나 기분 좋은 바쁨은 아닐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는 5월은 참 바빴고 정신없었다. 완벽하게 무질서했고, 또다시 무질서했다. 무질서라는 세계관 안에는 그 어떠한 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나의 감정은 어디로 튈지 몰랐고 발걸음 또한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무질서라는 세계관은 너무 탄탄한 스토리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6월까지 넘어오게 됐지만, 그래도 5월은 끝났다. 5월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큼직한 것들만 나열하자면 ¹기획박스 · ²바텐더의 막걸리(PB상품) · ³PI개선이 있었다. 담화박스 큐레이션는 기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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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상황에는 어울리는 술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켰을 시에 얻어지는 분위기는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상황과 음식 혹은 사람에 술을 맞출 수는 없는 노릇.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본격적으로 놀기 전부터 진이 다 빠져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가볍게 함께 할 수 있는 술들을 준비하게 됐고, 그렇게 '막 놀고 싶을 때'가 탄생하게 됐다. 구성된 술들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모두 막걸리다.
술을 고를 때 상황도 · 음식도 · 사람도 안 따지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술의 맛. 맛이 없는 술은 아무리 분위기 좋은 상황일지라도 · 정말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어울리지 못할 것이다. 이 점을 알기에 우리는 정말 맛있는 술들로 준비했다.(담화마켓 판매량이 증명한다.)
이번 기획박스는 나름의 도전이었다.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라 취급하는데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막걸리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주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장수나 지평 말고 다른 막걸리를 찾아야 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사람들에게 달콤한 술을 좋아하냐 물으면 열에 여섯일곱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막 놀고 싶을 때'에 담긴 나루 생 막걸리 · 담은 · 얼떨결에 퍼플은 모두 달콤한 계열의 술이다. 하지만 걱정하진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도 쓴맛보단 단맛을 좋아한다는 나의 경험적 재산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 행복 회로 일 가능성 다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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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린 명확한 책임자(담당자)와 타임라인이 없다 보니 목적이나 방향성은 진작에 휘발되었고, 두리뭉실한 업무 내용들을 시기에 맞춰 구두로 전달하는 게 전부였다. 다시 말하자면 준비하는 한 달 내내 Live를 돌린 것이다. 그것도 각개전투로 말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 가지 질서를 만들게 됐다. 명확한 책임자를 설정하기로, 타임라인을 함께 공유하며 업무를 대비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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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화는 PB상품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며 판매하고 있다. 막걸리 제조를 위해 양조팀도 존재한다. 그리고 문제점도 존재한다. 사무실은 논현에 있는 반면, 양조장은 양재에 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자연스레 소통 또한 어려운 편이다.
이번 바텐더의 막걸리는 술담화의 3번째 PB상품인데, 이 상품을 출시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기획의도부터 컨셉 · 디자인 등등 모든 것들이 각개전투는 커녕 소통이 일절 되지 않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수준이었다. 소통을 조금이라도 중재하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이 정도의 불통으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을 텐데, 역시나 이 상품을 기획했던 양조팀과 거리가 있다 보니 원활하지 않게 흘러가는 흐름 또한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만 갔고, 실무자들은 압박감을 느끼는 동시에 일을 진행할 순 없었다. 왜냐하면 전해 들은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출시일을 미루더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양조팀의 기획의도는 확실했고, 뒷받침해주는 상황이나 자료들도 있었다. 이게 시장에 먹힐 상품인지는 모를지 언정 업무를 이어 나가기에는 충분했다. (술담화의 꿈이 파산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회사문화다.)
그렇게 양조팀이 이번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되는 것을 다 같이 공유하며 다시 한번 확실하게 정하게 됐고, 내가 프로젝트 일정 관리를 서포터 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기로 했다.
바텐더의 막걸리를 진행하면서는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됐고, 비공식 채널로 업무 소통하지 않기, 하더라도 추후 공유하기 등 소통의 질서를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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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화는 노션으로 프로젝트나 업무를 관리한다. 노션으로 업무를 관리하게 된지는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는 것 같은데, 노션을 처음 사용할 당시 페이지를 기획하고 구축했던 사람이 바로 나다. 난 사실 이 회사에 와서 노션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그런 나에게 왜 노션 업무가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라니깐 하게 됐고, 하다 보니 재밌어서 열정을 붓게 됐다.
노션은 참 어렵다. 기능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진입장벽이 꽤 있는 편이다. 데이터 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 데이터베이스 표가 어디와 어떻게 연동되는지도 하나하나 설명해줘야 하고, 허들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는 각각의 페이지마다 설명 글도 달아줘야 한다. 그렇게 하기도 했고.
하지만 여전히 동료들에겐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도 개발자가 아니고 데이터 구조에 대해선 모르는 게 더 많은 사람이라 내가 설계 자체를 어렵게 설정한 탓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난 노션을 메모장 정도의 기능으로만 사용하는 것을 바라진 않았다.
그래서 좀 더 간편하고 쉽게 노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데이터 베이스 표를 새로 만들고, 연동도 새롭게 했다. 시간이 좀 더 걸려 6월 초에 작업을 끝낸 바람에 아직까지는 이게 정말 더 편리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운 구조이며 계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니어들이 모인 스타트업답게 당연하게 있어야 할 것조차 없을 때가 많다. 이 정제되지 않은 무질서함이 오히려 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무질서함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처음부터 차곡차곡은 잘 쌓아지진 않을지 언정 차근차근 질서를 다잡아가며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나와 함께하는 동료들에겐 그러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무질서함을 즐기는 변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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