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혜안 발휘하는 법
'앞으로 HR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방향성과 과제를 도출하라'
만약에 여러분께서 위와 같은 과제를 부여받았다고 한다면,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HR의 변화 방향을 설정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과제를 선정하는 것 모두 우리가 늘 고민해야 하는 주제이지만, 막상 정리를 해보려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저는 위와 같은 과제를 어떻게 고민했는지, 그리고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HR 담당자는 '제대로 된 질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관점이 바뀌었다면, '질문을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답을 내렸는지'가 아니라,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문제해결의 첫 번째 단계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과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선 '내가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와 비교하면서 지금의 수준과 (As-is) 목표 수준 (To-be)를 비교하면서 문제를 찾고, 그중에서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을 찾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지?' HR팀을 둘러싼 노동환경과 세대 간 문제는 물론, '일'과 '일자리' 자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묻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래에 요구되는 역량과 스킬은 무엇인지도 고려해야 하겠지요. 그러고 나서 묻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우리 회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라고요.
우리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 이슈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지금 있는 직원들이 어떤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지, 앞으로 필요하게 될 인재는 어떤 사람인지,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관점에서 HR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됩니다.
HR을 둘러싼 세상과 비즈니스의 변화에 대해 질문하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외부 세미나나 연구자료는 물론, 조직 내 현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야 하겠지요. 경영자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나 회의 자료가 있다면 그 또한 아주 중요한 검토 자료가 될 것입니다.
위와 같이 질문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이유는 문제를 정의하기 위함입니다.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하기 위한 것이지요. '이 과제가 뭐지?', '보고를 받는 사람은 뭘 듣고 싶어 할까?', '뭘 말하면 이 보고가 통과될까?', '그럼 어디까지 다뤄야 할까?' 바로 답할 수 없고 풀리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질문들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혹시 내가 답이 없는 질문을 해놓고, 답이 구해지지 않는다고 답답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 질문을 바꿔야 할까?'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면 결국 질문 자체가 '능동적'이지 못했습니다.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이 과제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은 결국, 외부에서 주어진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게 합니다. 이미 과제는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우리 HR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가?"
이렇게 질문의 주인공을 '나'와 '나의 생각'으로 바꾸니 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HR이 기존 방식대로 해서는 존재 가치를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용, 육성, 평가, 인력운영 등 기능 중심으로만 일할 것이 아니라 목적 중심으로 일해야 합니다. 목적 중심으로 일한다는 것은 기능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업의 경쟁력을 위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역량이 무엇인지 찾고, 외부에서 소싱하거나 내부 개발한다’는 목적이 있다면 채용 담당자와 교육 담당자가 같이 일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질문을 바꾸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정답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나의 생각’이나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HR은 늘 ‘정답 없음’과 사투를 벌입니다. HR이 하는 많은 일 중에서 ‘정답이 없는 일’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늘 정답을 찾지만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VUCA 시대에서는 정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책 <뉴타입의 시대>에서 저자이자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구상력’을 강조합니다. 그에 따르면,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일수록 미래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라고 질문하지 말고,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나?’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이상이나 미래를 스스로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보고 받는 사람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할까?'라는 질문도 바꿔보면 문제를 푸는데 새로운 활로를 열어줍니다. 이러한 질문은 '보고서를 쓰는 나'라는 우물에 저 자신을 가두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HR 담당자의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풀 수는 없습니다. 이 질문 또한 달라져야 합니다.
"임직원들은 왜 HR을 고용할까?"
"임직원들은 HR이 어떤 일을 해주길 기대할까?"
이렇게 질문을 바꾸면 CEO가 왜 HR을 고용하는지, 임직원이 왜 HR을 찾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CEO는, 임원은, 직원은 회사에서 어떤 할 일이 있고, 그 할 일을 해내기 위해 HR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CEO는 '쓸만한 인재를 찾아주기를' 원하고, 직원들은 '내가 이 일을 잘 하기 위해 지원해 주기를' 원합니다.
우리 HR의 고객인 '임직원들의 할 일'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면 HR이 어떤 과제를 풀어야 할지 생각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 HR이 해야 하는 모든 일이 'HR이 하고 싶은 것, 해야 한다고 믿는 것'과 '고객이 기대하는 것, 원하는 것' 사이를 오고 가야 하니까요.
질문을 바꾸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고객 (임직원)의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 데에는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의 책 <일의 언어>의 도움이 컸습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크리스텐슨 교수는 <일의 언어> (원제 : Competing Against Luck: Story of Innovation and Customer Choice)에서 '할 일 이론' (Jobs To Be Done)을 제안합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강조하는 '할 일' (Jobs To Be Done)은 결국, 고객의 할 일입니다.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자신의 할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에 돈을 지불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떤 할 일을 위해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용'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할 일 이론'의 핵심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 '밀크셰이크 (Milkshake) 이야기'가 가장 유명합니다.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입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밀크셰이크를 팔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고, 소비자들에게 가격이나 맛에 관한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만으로는 '진짜,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꿉니다. '고객들은 어떤 할 일을 해내기 위해 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밀크셰이크를 고용할까?'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고객들을 관찰했고, 놀라운 시사점을 얻게 됩니다. 바쁜 출근 시간, 차 안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일을 밀크셰이크가 대신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가격이나 맛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허기를 달래줄 정도의 적당한 끈기, 빨대로 먹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게 하는 것 (출근 시간, 차 안에서 지루함을 달래주어야 하므로) 등이 중요하다는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과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좋은 질문을 만나면 새로운 생각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해결의 성패는 질문에 달려있다는 말도 과언은 아닙니다. 제 이야기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나에게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1시간 있다면, 나는 우선 어떤 질문을 제기하는 게 적합한지 판단하는데 55분을 쓸 것이다. 일단 적절한 질문을 알기만 한다면 문제해결에는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아인슈타인
HR 담당자도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단계만 더 파고 들어가면, 문제를 정의할 때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질문이 잘못되었다면 질문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혜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이 새로운 HR을 검토하고 계시는 분들께, 또는 해결해야 할 HR 이슈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 Pexels.com
※ 이 글은 원티드(Wanted) 소셜 페이지 '인살롱' 에 함께 발행되었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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