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문제해결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먼저 구상하는 능력입니다.

by 이재상


AI가 우리 일상과 비즈니스 전반에 스며들면서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도구를 새로 바꾸고 배우는 수준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특히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문법과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주어지면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복잡해서 기존의 접근법 그것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전통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넘어서 AI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문제해결 프레임워크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1. 답이 먼저 도착하는 시대, 문제해결의 순서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 우리는 '결핍'에서 출발했습니다. 무언가 불편하고, 부족하고, 고장 났을 때 그것을 '문제(Problem)'로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익숙한 선형적인 문제해결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는 다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인지 속도를 추월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AI 기술이 등장했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정의하기도 전에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도구가 이미 세상에 나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게 가능할까?"라고 막연히 상상했던 것들이 이미 구현되어 있거나, 곧 가능해질 상태에 도달해 있습니다. 즉, '문제 → 해결책 모색'의 순서가 아니라, '압도적인 해결책(기술)의 등장 → 이를 어디에 쓸 것인가?(가치)'로 사고의 흐름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2. 왜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까?


그렇다면 기존의 문제해결 방식, 즉 논리적, 분석적으로 원인을 찾아 해결방안을 찾는 방식은 왜 힘을 잃고 있을까요? 크게 2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① 분석하기엔 너무 빠르고 복잡한 'VUCA' 시대


지금 세상은 변동성(Volatility)이 크고, 미래는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가득 차 있고,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이 지배하는 VUCA 시대입니다.


전통적인 문제해결 방식은 현상을 관찰하고, 원인을 쪼개고 분석하여(Root Cause Analysis),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수가 복잡하게 얽힌 환경에서는 명확한 단일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설령 어렵게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그 시간 동안 기술과 환경은 이미 변해버립니다. 분석 중심의 접근은 '너무 느리고', '과거 지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② '결핍의 해결'이 아닌 '풍요의 활용'이 중요한 시대


과거에는 기술과 자원이 부족했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곧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적 풍요의 시대입니다. 제품은 이미 상향 평준화되었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 옵션은 (그것이 제품이든 기술이든) 너무도 많습니다.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찾는 것보다, "이 수많은 기술적 풍요 속에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이 맞는지 판단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해집니다. 단순히 고장 난 것을 고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어떤 자원이 있는지 알고, 그것들을 가치 있게 재설계하고 최적화시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3.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먼저 정의하는 능력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더 이상 핵심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갖춰야 할까요? 이제 우리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 먼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즉, 'As-is'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To-be'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① Forecasting을 넘어 Backcasting으로 이슈를 세팅하는 역량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Forecasting'은 AI가 인간보다 훨씬 잘합니다. 인간이 해야 할 영역은 'Backcasting', 즉 'Future-back' 사고입니다.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현재 시점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To-be)를 먼저 정의하고, 거기서부터 역산하여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8월 Kearney Insight에 소개된 아티클은 AI 시대에 변화를 위한 인재 전략 수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AI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려면, ‘미래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Tomorrow-Back)’ 방식의 인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조직이 앞으로 어떤 역할이 존재하고, 어떤 업무가 수행되며, 어떤 역량이 요구될 것인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② 과감하게 'Dream'을 설계하는 미래 구상 역량


이와 같이, AI 시대에 문제해결력보다 더 중요한 능력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어떤 기술을 통해 어떤 업무가 자동화될 수 있을지, 어떤 형태의 조직문화가 필요할지, 어떤 운영 방식이 효율적 일지, 어떤 고객 경험을 만들고 싶은지. 이와 같이 미래에 대한 상상 없이 문제만 분석하면 과거의 틀 안에 갇히게 됩니다.


긍정조직개발, 강점탐구의 권위자 데이비드 쿠퍼라이더(David Cooperrider)와 다이애나 휘트니(Diana Whitney)는 2000년대 초반, 조직개발 프로젝트에서 문제 중심 접근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강점 중심의 '4D 프로세스'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이미 발생한 원인이나 결함 아니라 만들고 싶은 미래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시대에 좋은 참고가 되는 오래된 지혜입니다.


Step 1. Discovery (발견) : 우리의 강점과 긍정적 자산을 발견하고,

Step 2. Dream (꿈) : 기술적 제약 없이 우리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Step 3. Design (설계) : 그 꿈을 현실화할 방법을 AI 기술과 결합하여 설계하고,

Step 4. Destiny (실현):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Dream' 단계입니다. AI는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데 탁월하지만, "우리가 어떤 꿈을 꿀 것인가?"에 대한 답은 줄 수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구상력, 즉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 상상력'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역량이자, AI 시대 최고의 문제해결력입니다.



4.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가?


AI 시대,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은 'Problem Solving(풀기)'에서 'Agenda Setting(정의하기)'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미 주어져 있고, 눈에 쉽게 보이는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VUCA 시대에서도 미래를 보고 아젠다를 세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들이 정의해 둔 문제를 누가 더 빨리 푸느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AI가 더 빨리 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현재 수준을 점검해 미래를 구현할 방도를 고민해야 합니다. 인간이니까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는 원인을 찾고, 결핍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대신 만들고 싶은 미래를 상상해야 합니다. 과거의 데이터에 갇히지 말고 미래의 모습에서 시작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주도권을 잃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 이재상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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