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gbok Lee Sep 20. 2018

융합적으로 생각하기

문제 중심적 접근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융합 이야기에 융합은 없었다

 

 융합대학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차세대 융합 인재를 위한...’, ‘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래 먹거리...’ 등 타이틀이 비슷한 특강을 듣게 되었다. 번지르르한 타이틀 그대로 뭔가 새로운, 창의적인, 이제껏 없었던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나에게 있었던 막연한 기대감이라고 할까. 하지만 특강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의 나열이나 어떤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통계적 수치가 대부분이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구글링을 하거나 뉴스 기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또는 ‘융합은 잘 모르겠고 요즘 하고 있는 연구주제가 이렇다’는 식의 모르쇠 강의도 종종 있었다. 어떻게 보면 융합 학문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깨달을 수 있었지만 융합을 잘하기는커녕 융합이 무엇인지 배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융합은 중구난방

 

‘융합이란 무엇인가?’ 혹은 ‘융합적으로 생각하기’에 대하여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져 갈 무렵 뜻밖에도 도움이 된 과목이 있었다. 바로 유일한 전공필수 과목인 ‘융합과학기술 개론’에서였다. 수업은 어떤 문제에 대해 누군가 발제를 하면 다양한 다른 연구실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합류하고, 함께 한 학기 동안 연구를 수행해 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구난방이었다.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UN 정상회담’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까? 각 나라의 입장과 사고방식이 다른 와중에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는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과 같은  골치 아픈 상황이 계속되었다. 융합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 먼저 ‘필연적인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서로 다른 연구 관점에서 문제를 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에 대해 이해조차 못하거나, 별개의 문제를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필연적인 불편함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이미지출처: 뉴스웍스)

중구난방 속에서 찾아진 지혜: 근원적인 질문 던지기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A부터 Z까지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장 적합한 아이디어를 채택하기 위해 토론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지점에서 ‘근원적인 질문 던지기’가 융합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모든 연구가 어떤 좁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융합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논리적 구조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논리적 구조를 만드는 것은 팩트들을 중심으로 답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문제에 대한 모든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내가 아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했다. 개발하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밍하는 심리학자 또는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AI, 빅데이터 등의 초월 기술들의 등장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융합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문제 중심적 접근은  집단 지성의 측면에서 끊임없는 아이디어 제시를 통해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공동 임무를 수행하는 '어벤저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이미지 출처 : http://henrydavis.ne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