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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환 Nov 01. 2016

미디어오늘1073호.

'최순실 부역자'들을 언론계에서 퇴출해야 한다.

11월2일 아침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3호입니다. 무시무시한 기사가 쏟아졌던 일주일이었습니다. 

1. JTBC는 그야말로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워낙 독보적인 단독 기사를 쏟아냈기 때문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지상파와 종편의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31일에는 시청률이 8.8%를 기록해 MBC와 SBS를 따라잡기도 했습니다. MBC 기자들이 집회 현장에서 욕을 먹고 쫓겨난 것과도 대비되는 현상입니다. JTBC에 보도 외압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고요. 분명한 것은 내년 대선 국면에서 JTBC가 강력한 의제 설정 능력을 갖게 될 거라는 겁니다. 

2. JTBC의 독주에 다른 방송사들도 긴장하는 모양입니다. 많이 늦긴 했죠. KBS는 보도본부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요. 기자들이 고대영 사장 불신임 투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MBC는 ‘청와대 방송 중간’이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SBS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요즘처럼 참담한 기분을 느낀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노조 결의대회에서는 “JTBC를 이겨보자”는 구호도 나왔습니다. 오죽하면 YTN에서는 “특별 취재팀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요. 연합뉴스도 “박수 받을 만한 기사가 없다, 제보도 안 들어온다”,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콘트롤타워 부재에다 ‘어차피 취재해도 단독으로 나갈리 없다’는 기자들의 학습된 자기검열, 자조감이 더해지면서 다 같이 손 놓고 있었다”는 반성도 나왔습니다. 



3. TV조선도 JTBC 못지 않게 단독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지난 7월 촬영한 최순실 동영상을 왜 석 달 가까이 묻어두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하늬 기자가 이진동 사회부장을 만났는데 “청와대 vs 조선일보 프레임이 부담스러웠다”고만 해명했습니다. 송희영 주필 때문도 아니고 총선 이후 정권과 선 긋기 차원에서 취재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다만 보도를 늦췄던 건 취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여전히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습니다. 

4. ‘내부자’에서 ‘심판자’로 변신한 조선일보의 보도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는 TV조선의 코멘트였지만 조선일보도 만만치 않았죠. 그랬던 조선일보가 박근혜의 오장육부라는 최순실을 치고 손발이나 다름 없는 우병우도 쳤습니다. 나름 미래권력을 맞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들었고요. 거국내각 정국의 주도권도 갖게 됐고요. 적어도 보수 진영에서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쳐도 우리가 친다는 전략일까요. 꼬리를 자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판을 뒤엎고 새로운 판을 짜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사실상 금치산자에 가까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내세워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누렸던 기득권 동맹의 최정점에 조선일보가 있다는 겁니다. 정철운 기자의 기사입니다. 

5. 최태민 일가를 9년 동안 취재해 왔던 주간경향의 정용인 기자는 새로운 문제제기를 합니다. 최근 언론 보도의 출처가 삼성일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삼성을 비롯해 기업들이 미르재단 등에 수백억원을 출연하고 받은 대가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JTBC의 추적 보도도 정작 삼성을 건드리지 않고 있죠. 최순실 게이트의 배후에 재벌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돼 있을 거라는 게 정 기자의 문제의식입니다. 

6. 대표적인 친이계였던 이재오 전 의원,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나왔다가 낙선했죠. 지금은 늘푸른한국당 창당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김유리 기자가 만났는데요. 언론이 최순실을 죽일 사람으로 만들고 있지만 친박과 비박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이 전 의원의 주장입니다. 특히 친박 10명이 청와대의 종 노릇을 하면서 새누리당을 망쳤다는 주장이 흥미로운데요.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함께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탄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거국내각은 박 대통령의 폭주를 막을 수 없고, 대통령을 조기에 끌어내릴 유일한 대안이라는 거죠. 

7. 5인 미만 언론사를 퇴출하려는 시도가 막판에 헌재에서 중단됐습니다. 애초에 군소 언론이 사이비 언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을뿐더러 인원 제한이 차별이기도 하고 설령 유사 언론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더라도 그건 인원 제한이 아니라 다른 처벌할 제도가 있죠. 무엇보다도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누가 이런 황당무계한 시행령을 만들어 관철시켰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고주협회와 그 이면의 대기업과 그리고 보수 언론, 포털까지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기득권 보호 꼼수였죠. 금준경 기자의 기사입니다. 개정 신문법 시행령의 위헌 결정을 끌어내기까지 미디어오늘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8. 화물노동자 기획 연재 두 번째로 손가영 기자는 시기영 화물연대 평택항지회 카캐리어 분회장을 만났습니다. 화물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조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12년 동안 분회장을 맡고 있는 시 분회장은 그래서 깽판을 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80시간이고 한 달 평균 15일을 차에서 잠을 자고 일하는데 월평균 소득이 마이너스 124만원(적자)이고 평균 가계부채는 3500만원에 이릅니다. 운송비 올리는 게 생존 과제인데 전혀 압박이 되지 않죠. 구속력이 없으니 합의서는 늘 휴지조각이 되고 노조 한다고 잘리기도 하고요. 노동 3권을 인정 받는 게 근본 해법이지만 법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9. 기자들이 늘 권력을 감시하고 부정과 맞서 싸우지만 정작 내부의 문제에는 취약합니다. 언론계 성폭력도 마찬가지죠. 정작 자신이 피해자가 되면 그걸 알릴 수도 없고 자신이 피해자로 기사화되는 걸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때 쫓아냈으면 새로운 피해자가 안 생겼을 텐데”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공론화됐을 때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죠.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대처할 매뉴얼이 부재하고 기자협회든 언론노조 등 신고센터조차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고요. 이하늬 기자가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담회 두 번째 기사입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유료방송 업계가 멘붕에 빠졌었죠. 미래부가 웬일인지 케이블과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합하고 권역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여기도 최순실이 개입돼 있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마법이 풀린 걸까요.


미디어오늘이 미방위 소속 의원들을 설문조사했는데요. 그 첫 번째로 중간광고 관련 질문입니다. 설문에 응답한 야당 의원들 전원이 조건 없는 중간광고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14명 가운데 8명이 조건부 도입, 3명은 아예 반대 입장이고요. 지상파들이 목을 매고 있는데 말이죠.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 SBS 출신 홍보수석이 내정됐죠. SBS 노조 집회에서는 “배성례 대변인, 어디 가서 SBS 출신이라 말하지 마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벌써 3번째죠. 청와대가 유독 SBS 출신을 선호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평가는 좋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아프리카TV를 떠나 유튜브로 옮겨갔습니다. 허락없이 광고 방송을 내보냈다는 이유인데요. 유튜브가 반기고 있지만 아프리카TV와 달리 별풍선이 없기 때문에 망명 러시가 본격화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본격적인 MCN 업계에 플랫폼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겁니다.


5인 미만 언론사 퇴출은 위헌 결정이 났지만 김영란법을 피해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1인 미디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공영방송 이사회 속기록을 공개하라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아도 됐다는 게 더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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