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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환 Dec 21. 2016

미디어오늘 1080호.

힘내라 이용마.

12월21일 아침에 발행된 미디어오늘 1080호입니다.

1. MBC 이용마 기자. 2012년 MBC 파업 때 노조 홍보국장을 맡았었죠. 이유 없이 해고됐고 MBC 정상화를 위해 싸워왔으나 얼마 전에 복막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입니다. 문재인 의원이 남양주의 한 요양원으로 찾아가 만났는데요. 이용마 기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MBC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다. 어떤 저항도 필요 없다. 저항하면 처벌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외부에서 욕하는 건 맞지만 이 사람들에게 저항하라고 하는 게 의미가 없다. 오히려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철운 기자가 함께 만나고 왔습니다.

2. 정우식은 MBC의 정유라다. 최순실 딸에 이어 정윤회 아들 정우식 특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단역 배우인데 자꾸 윗선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기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죠. 드라마 PD들이 뒤늦게 이 사람이 정윤회의 아들이란 걸 알고 폭로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이 비싼 출연료를 불러서 퇴짜를 놨는데 출연료 올려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도 하고요. 이건 단순히 연줄이나 부정청탁 차원이 아닙니다. MBC 윗선의 누군가가 정윤회를 통해 권력에 선을 대려했거나 유착돼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걸 밝혀내야 MBC를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겠죠. 강성원 기자의 기사입니다.

3. 탄핵 이후 SBS의 발빠른 변화와 상대적으로 MBC나 KBS의 둔감한 모습이 대비됩니다. 상업방송이라 아무래도 시장(시청자)의 변화에 더 민감할 걸 수도 있겠죠. 시청률은 이미 JTBC에 뒤쳐진지 오래고요. 결국 김성준 보도본부장이 직접 메인 뉴스 앵커를 나섰고 “소홀했고 부족했고 외면했다”며 통렬한 반성을 쏟아냈습니다. 진정성도 느껴집니다.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뉴스를 만들겠다면서 손석희 사장의 JTBC와 정면 승부를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SBS를 움직이는 게 상업적 판단이라면 MBC와 KBS를 움직이는 건 여전히 낙하산 사장의 정치적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끈이 떨어지고 새누리당도 혼비백산 당을 쪼개고 나가는 마당에 어디에 줄을 설지 몰라 헤매고 있는 상황이죠. 장슬기 기자의 기사입니다.



4. 중요한 기사가 또 있습니다. 일요서울이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준 대가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3억원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광고 담당이었던 퇴직 직원이 인센티브를 안 준다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난 건데요. 육영수 특집 기사를 쓰고 신문 10만부를 고엽제전우회에 팔기로 했다가 실패하자 전경련에 찾아가 협찬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법원은 애초에 기사를 대가로 돈을 받는 게 불법이라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고요. 오히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받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직원은 그렇고 이 언론사는 어떻게 될까요. 

5. 요즘 조선일보 기사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면에서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거국 중립내각을 밀다가 안 되니 탄핵과 개헌을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바람을 잡았죠. 막판엔 4월 퇴진을 밀었고 탄핵안이 가결되자 경제와 안보가 위기라며 탄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문재인을 공격하면서 이재명을 띄우고 있죠. 있지도 않는 ‘반문연대’를 패키징하고 야권 분열을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문재인을 겨냥해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다그치기도 하고요. 새누리당 돌아가는 꼴이 답답한 모양인지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를 구분해야 한다며 훈계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당을 일단 쪼개고 반기문을 영입하고 다시 합치라는 가이드라인도 내놓고 있고요. 자신들이 박근혜와 함께 사라져야 할 구 체제의 핵심이라는 걸 외면하고 새로운 판을 짜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양새입니다. 함께 촛불을 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촛불의 순수성 운운하며 본색을 드러낸지 오래죠. 조선일보가 아젠다를 던지면 종편이 받아쓰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인데요. 대통령을 누구를 뽑느냐가 아니라 어떤 세상에 살기 원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때입니다. 조선일보를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6. 송년 기획으로 올해의 오보 톱 10을 뽑아봤습니다. 자세한 건 본문에서 읽으시라고 제목만 추려봅니다.

① 유엔은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 노력 인정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② “구의역 청년, 통화 도중 숨졌다” 조선일보 기사는 오보였다.
③ 세월호 특조위는 비즈니스석으로 해외 출장 간 적 없다.
④ 김부선은 아파트 소장 급소를 잡지 않았다.
⑤ 강원도에 규모 6.5 지진? 횡성이 아니라 에콰도르였다.
⑥ “북한 리영길이 처형됐다”… 하지만 살아있었다.
⑦ JTBC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 돼지 뿐”은 번역 실수였다.
⑧ “여성 대통령 끝 보려면 한국 봐라” 트럼프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⑨ “중국, 한국 연예인 방송금지”는 누리꾼 합성 이미지였다.
⑩ 신공항은 밀양? 한남일보의 넘겨짚기 오보.

7. 금준경 기자는 내년 미디어 업계 주요 이슈를 전망해봤습니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 한국에서는 SK텔레콤 누구 등 인공지능 스피커가 내년엔 좀 더 대중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음악감상용이 아니라 본격적인 콘텐츠 소비 채널이 될 거라는 건데요. 아직 뉴스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고요. 동영상 플랫폼이 올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요. MCN은 커머스와 오리지널 콘텐츠 두 방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드 미디어 특히 지상파 방송은 암울하군요. 당장 올해 10~20% 정도 광고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광고주들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갈 것이고 JTBC와 CJ 계열 채널의 약진도 큰 부담이 될 겁니다. 규제 완화에 목을 매겠지만 사회적으로 얼마나 지지를 얻을지 의문이죠.



8. 10면과 11면에 귀한 기고가 실려 있습니다. 방희경 선생님은 ‘이재용 게이트’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삼성이 줬다”를 굳이 “최순실이 받았다”로 고쳐쓰도록 만든 ‘숨은 권력’에 대한 분석입니다. 삼성은 공범이 아니라 주범입니다. 언론의 왜곡 보도, 그 심층에 ‘시장·경제 중심주의’가 깔려 있다는 거죠. JTBC조차도 삼성을 의식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굳이 ‘삼성’을 제목으로 뽑지 않고 ‘대기업’으로 묶는다든가 하는 보도 말이죠. 송원근 선생님은 사안을 정경유착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재벌 권력의 정치 지배가 핵심”이라는 거죠. 전경련 탈퇴나 미래전략실 해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꼼수일 뿐이고요. 재벌 총수의 지배력을 약화할 좀 더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9.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주말에 엄청난 화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었죠. 벌써 10년 전 사건이고 재판 과정에서 수많은 의혹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쉽게 파고들지 못했던 건 법을 뛰어넘는 음험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2012년 대선 직전 이 사건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가 2013년 기소돼 아직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기도 했죠. 그리고 한국 사회 전반에 칠링 이펙트(위축효과)를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의혹으로 남아있는 거겠죠. ‘그것이 알고 싶다’를 넘어서 그것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이 한국 사회에 부족했던 게 아닐까 반성해 봅니다.

10. 그밖의 기사들.

TV조선이 김영한 비망록 원본을 갖고 있었죠. JTBC PD가 김영한 유족을 데리고 찾아가 원본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는데 PD라고 밝히지 않고 외손자라고 속였다고 합니다. 전화번호를 추적했더니 JTBC 관계자로 드러났고 TV조선이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하자 결국 깍듯이 사과를 했습니다. 취재 과욕이라고 넘어가기에는 사실 명백히 JTBC의 잘못이죠. 다만 유족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원본을 쥐고 입맛대로 골라 기사를 내보냈던 TV조선도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해킹 건은 일단 시스템 오류인 것으로 정리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파일을 삭제한다고 해도 금방 다시 만들 수 있는 거기도 하고 여러 버전이 따로 저장되기 때문에 방송을 막을 수는 없죠. 그렇지만 여전히 수상쩍은 대목이 있습니다.

민언련이 ‘올해의 나쁜 필진’을 꼽았는데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실장,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이 선정됐습니다. 곡학아세, 교언영색, 정말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았죠.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그러니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의 부인이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그 어머니, 그러니까 방용훈 사장의 장모가 보낸 편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가정 불화 차원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내용도 많고요. 미디어오늘이 한 달 전부터 코리아나호텔 쪽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데 해외 출장 중이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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