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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환 Dec 13. 2016

미디어오늘 1079호.

“지금 MBC는 탄핵 이후 청와대와 같다.”

탄핵 이후의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12월14일. 내일 아침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9호입니다.

1. “MBC 사원증이 보일까봐 부끄러웠다.”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의 이야기입니다. 주말이면 촛불을 들 자격이 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고 하고요. MBC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싶은데요. 2012년 파업 후 파업 참가 기자들은 대부분 엉뚱한 부서로 쫓겨났고 시용·경력 직원들 100명 가까이 들어와 뉴스를 만들고 있죠. 명색이 기자협회장인데 아는 얼굴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탄핵 이후에도 MBC만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정말 순장조가 되려는 걸까요? “지금 MBC는 박근혜 탄핵 이후 청와대와 같다”고 합니다. 청와대만 보고 있으니 여론의 비난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이죠. 강성원 기자의 기사입니다.

1-1. MBC 주말뉴스를 맡았던 박상권 앵커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가 그나마 희망을 줍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MBC뉴스에 보내주시는 따끔한 질책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 앵커로서 언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정민 아나운서도 자진 사임을 했습니다.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희는 오늘 여기서 인사를 드린다. MBC 뉴스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애정과 관심 놓지 말아주시기 부탁드린다.” 이 정도 멘트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여전히 그 안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2. 박근혜 탄핵된 다음날 MBC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술판을 벌였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왠지 부끄러웠는지 뉴데일리 기사를 인용했다는 건 빼놓고 말이죠. 아이쿠, TV조선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탄핵 표결 직전 미용실에 다녀왔다는 기사를 내보냈군요.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글썽였다는 익명의 관계자 발 보도는 정말 이 방송사들이 보내는 마지막 충성 서약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TV조선은 “한상균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에 시민들 반응이 냉담했다”면서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입니다.



3.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 언론이 요즘 이재명을 띄우고 있습니다. 이재명이 확실히 돋보이긴 했지만 이 신문들이 이재명을 미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게 장슬기 기자의 분석입니다. 이재명을 띄울수록 문재인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죠. 일단 문재인을 죽여놓고, 이재명은 약점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죽일 수 있다고 본 걸까요. 2012년에 조선일보가 어설프게 김두관을 밀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재명이 박원순과 비문 연대를 도모한다”거나 “문재인이 노무현의 친구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는 등 노골적으로 야권에 균열을 내려는 모습입니다.

4. 죽은 권력 박근혜와 대비되는 게 살아있는 권력 삼성입니다. 언론의 이중잣대가 너무나도 명확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인데요.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외압을 했다는 보도는 있지만 정작 삼성의 뇌물 의혹은 침묵하고 장시호와 김종의 구속 사실을 전하면서도 삼성에 16억원을 강요했다는 사실만 부각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노골적으로 바보 연기를 했다는 관측도 있었죠. 삼성은 피해자 코스프레로 위기를 넘길 모양입니다. 언론이 그걸 거들고 있고요.

5. 김영한 비망록. 이미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권력의 작동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입니다. 미디어오늘이 몇 가지 단독 기사를 털어냈는데요. 종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황선·신은미의 토크 콘서트를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청와대가 이런 데까지 정말 꼼꼼하군요. 산케이를 고소한 것도 부족해 산케이 기사를 번역 보도한 뉴스프로에 압수수색을 지시한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미국의 한인 여성 커뮤니티인 미시USA가 뉴스프로에 후원금을 냈는데 이와 관련해 뒷조사를 하기도 했고요.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 개인 비리를 캐라고 지시한 정황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를 영입하려 했던 정황도 있군요.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언론을 쥐락펴락하면서 여론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무시무시하군요.


6. 4대강 언론 보도 검증 시리즈 3탄. 이번에는 “4대강 덕분에 홍수 피해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거짓말을 검증했습니다. 실제로 이걸 아직까지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많군요. 짧게 세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홍수는 본류가 아니라 지류에서 발생하는데, 4대강은 애먼 강바닥만 팠죠. 둘째, 10분의 1이란 건 비교 대상도, 시점도, 지역도 다 틀렸습니다. 완전히 조작된 통계였습니다. 셋째, 조선일보 등이 노골적으로 거짓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정정 보도도 없었고요.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의 글입니다.

7. 황교안 총리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군민들 집회에 참석했다가 도망쳐 나오던 도중 길을 막고 있던 차를 들이받고 뺑소니를 친 사건이 있었죠. 지난 7월의 일입니다. 누가 봐도 뺑소니인데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미적거려서 결국 재판까지 가 있는데요. 뒤늦게 내놓은 보고서를 보니 이 차가 후진을 해서 황 총리 차를 들이 받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범퍼가 패인 자국을 보면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보고서입니다. 경찰관들이 내려서 곤봉으로 유리를 깨뜨렸다고도 하고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고도 하는데 말이죠. 이 정도면 뺑소니에 증거 조작까지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재진 기자의 단독 기사입니다. 이런 사람이 지금은 권력 서열 1위라니 아찔합니다.

8. 손가영 기자는 며칠 전 흥미로운 제보를 받았습니다.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알박기 집회 알바를 했다는 알바들의 제보였습니다. 그동안 의심은 있었지만 크로스 체크가 안 돼 기사를 쓰지 못했는데요. 집회를 막으려고 허위로 유령 집회 신청을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삼성은 아예 알바를 고용해서 ‘집시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 같은 요상한 집회를 열었죠. 이런 걸 맞불 집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인해 보니 일당 10만원짜리 알바였고 휴대폰을 쓰지 말고 누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양심을 팔고 다른 사람들의 정당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알바 치고는 페이가 너무 적군요. 국내 1위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도 정말 쪽팔린 일입니다.

9. 언론재단이 또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뉴스트러스트위원회란 걸 만들어서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란 걸 공개했는데요. 좋은 뉴스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란 게 가능한 건지도 의문이지만 그걸 만들어서 누가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데 들어가는 세금이 또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운데요. 일단은 언론재단이 개발한 뉴스 데이터베이스 빅 카인즈에 쓸 거라고 하는데 빅 카인즈 역시 실제 효용 보다 포장이 과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금준경 기자의 기사입니다.

10. 이번주는 소개할 기사가 너무 많군요. 그밖의 기사들로 묶습니다.

JTBC 뉴스룸 시청률이 곧 KBS 뉴스9 시청률을 따라잡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아직도 KBS 보는 사람이 있냐 싶은 분들도 많겠지만 전통적인 TV 시청자들은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TV를 안 봤던 사람들, 그러니까 TV 수상기로 TV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JTBC를 본방 사수하고 있는 건데요. 그나마 KBS 시청률을 지켰던 일일 드라마까지 시청률이 빠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5060 세대만 보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던 말이겠죠. 정철운 기자의 기사입니다.

한국형 OTT 서비스 성적표를 뽑아봤더니 이용자 많은 건 ‘옥수수’, 가장 오래보는 건 ‘푹’이군요. 다만 ‘옥수수’는 아직 무료 이용자가 많습니다. 넷플릭스는 주요 지표에서 모두 꼴찌입니다. 유튜브가 레드라는 유료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세한 분석은 4면 기사에서.

CBS는 연봉제를 호봉제로 전환했군요. 다들 요즘 성과연봉제를 도입 못해서 난린데 거꾸로 가는 새로운 실험입니다.

KBS 노조는 파업을 중단했습니다. 당장 파업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만 언제라도 다시 뛰어나올 준비가 돼 있다고 합니다.

오는 15일에는 언론 분야 청문회가 열립니다. 그런데 언론장악과 비선실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고영주, 안광한, 백종문, 이인호, 고대영, 최성준, 김성우, 이 사람들은 아무도 증인으로 채택이 안 됐군요. 그나마 세계일보 외압 의혹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 금준경 기자가 인터뷰한 국범근 쥐픽쳐스 대표가 말하는 뉴스 MCN의 실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요즘은 키즈 크리에이터라는 것도 있군요. 구독자가 수십만에 조회수도 수억건에 이르는 10대 크리에이터들. 정말 콘텐츠 시장의 변화는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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