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환 Dec 06. 2016

미디어오늘 1078호.  

청와대 언론통제 컨트롤 타워는 김기춘.

12월7일 아침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8호입니다.

1. 맨 정신으로 뉴스를 보기 어려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던 그 순간 대통령이 미용실 원장을 불러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다는 뉴스가 나왔죠. 어쨌거나 이틀 뒤면 대통령 탄핵이 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디어오늘이 며칠 전 스웨덴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 최연혁 소장과 서강대학교 철학과 최진석 교수를 초청해 긴급 대담을 했습니다. 우리는 1939년 살트셰바덴 협약으로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탄생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협약이 이뤄지기까지 수많은 충돌과 협상이 있었다는 게 최 소장의 설명입니다. 샬트셰바덴 협약을 맺기 전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죠. 불황과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고 굶주림에 못 이겨 국민의 3분의 1에 이르는 150만명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스웨덴의 변화는 강한 노동운동과 정치세력화,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연대의 문화에서 가능했습니다. 최진석 교수는 삶의 정치와 일상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8면에 실려 있습니다.

2. 어마어마한 뉴스에 묻혀 있지만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도 심각한 뉴스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세계일보에 공격을 지시하고 산케이 고소를 밀어붙이고 방송사 이사들을 압박하고 신문 사설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여론을 쥐락펴락했던 콘트롤 타워가 바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숨길 게 많았던 박근혜가 언론통제와 여론조작으로 지난 4년 동안을 버텨왔던 거죠. 정철운 김도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3. 박근혜 특검이 시작됐습니다. 특검 기자실이 논란인데요. 특검 사무실이 있는 건물 한 층을 기자실로 꾸며서 언론사들이 임대료 등을 나눠내기로 했는데 공간이 너무 좁아서 법조 등록 언론사 외에는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검사들이 기자실에 내려와서 브리핑을 하게 될 텐데, 돈 안 낸 언론사들은 들어오지도 못하고 돈을 내더라도 받아줄 수 없다는 거죠.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4. 박근혜 퇴출과 함께 창조경제의 전초기지 미래창조과학부도 해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준경 기자가 문미옥 의원을 인터뷰했는데 애초에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하위개념으로 두는 것부터 실패가 예견됐던 일이라는 주장입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나름 역할이 있어서 아마 계속 갈 것 같습니다. 문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성과는 낙제점, UHD 방송 도입은 직무유기라고 평가했군요.

5. 박근혜 뿐만 아니라 이명박에 대한 평가도 같이 진행돼야 합니다. 4대강 기획 두 번째로 4대강이 대운하 전 단계로 추진됐다는 사실을 언론이 어떻게 외면하고 은폐했는가 살펴봤습니다. 4대강 사업은 3차례 감사를 했죠. 2차 감사는 박근혜 당선인 시절에 발표됐고 3차 감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최소 수심을 6m로 준설해 사실상 대운하의 미련을 못 버리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대부분 언론이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감사원을 감사해야 할 판”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중앙일보는 “4대강도 감사원도 이대로는 국민 신뢰 못 받는다”고 양비론을 펼쳤군요.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은 원상복구 시켜야 합니다. 4대강 16개 보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 2000억원, 철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1회 2000억원입니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의 기고입니다.


6. 국정 교과서 실제로 들춰보니 정말 가관이군요. “너무 노골적이고 뻔뻔한 박정희 찬양 교과서”라는 게 김태우 역사교사모임 대표의 평가입니다. 근현대사 부분을 크게 줄였는데 박정희 부분만 두 배 분량이고요. 외부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위안부 사진이 빠지는 등 졸속으로 손을 댄 흔적도 보입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교과서를 하나만 쓰게 되면 작은 문구 하나하나를 통으로 외워야 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괴롭다고 하는군요. 차현아 기자의 기사입니다.

7. 청소 노동자들 이야기는 몇 차례 실었습니다만 세브란스병원의 경우는 정말 심하군요. 고려대 병원은 6950원을 받는데 왜 우리는 6030원을 받느냐고 해서 시작한 노조였습니다. 당연히 직접고용이 아니라 하청을 따로 두고 있는데요. “노조 탈퇴해야 수당 올려준다”고 달래고 협박하는 건 기본이고 피켓시위를 한다고 업무방해죄로 걸어서 벽에 바짝 붙어 시위를 했다고도 하고요. 감시·사찰 정황이 담긴 업무일지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원청인 병원이 노조 가입 실태 등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담겼고요. 손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8. 김주하 앵커는 한때 손석희 JTBC 사장과 나란히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죠. 스승과 제자 같기도 하지만 지금은 경쟁자입니다.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이하늬 기자가 김주하 MBN 이사를 만났습니다. “나의 경쟁력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철저한 중립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고 하는군요. “중립을 표방하니 내 편이 없는 것이고 색깔 없는 것도 장점이자 단점”이라는데요. 언론의 중립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도덕의 위기 시대에 중립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단테가 한 말이 있죠. 이것도 컨셉이라면 컨셉이겠군요.

9. MCN 전략 릴레이 인터뷰, 세 번째로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들이 못하는 것, 철저하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전략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욕심내지 않고 크리에이터 중심의 멀티 채널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건데요. 콘텐츠를 제작해서 IP를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 모델도 흥미롭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략하는 내로우캐스팅이라는 개념도 독특하고요.

10. 그밖의 기사들.

KBS가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기자와 PD들이 못살겠다 바꿔보자고 들고 일어났군요. 파업은 8일부터 시작합니다. 본부장급 간부들에 대한 불신임 투표도 압도적인 비율로 통과됐습니다.

MBC도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나온 노보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11월26일 촛불집회에서 MBC 기자들은 현장 중계를 위해 세종문화회관 테라스로 올라갔고, 경복궁역 근처 건물 계단으로 숨어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져야 할 두 당사자는 유감 표명 한 번 없이 뻔뻔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김장겸-최기화 체제에서의 모든 사안의 판단 기준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유불리였다는 게 기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는 의도된 은폐였고 계획된 참사다.”

조선일보에 강성 노조가 등장할 모양입니다. 보통 기수들이 돌아가면서 노조 위원장을 맡던 전통을 깨고 1994년 입사 선배가 위원장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당선 인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언론의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온 지금 노동조합의 역할은 막중하다. 언론자유는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언론기관처럼 의견이 존중되는 것이다. 언론사 주주의 자유가 아니라 언론인의 자유인 것이다.”

규제프리존법도 미르재단 입금 대가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게 12차례, 국회 개원 연설에서도 1000인 넘게 계류돼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고요.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조항을 허용하는 등 우려스러운 대목이 많습니다.

미디어오늘 후원회원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신문도 받아보고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가입 문의는 여기로. http://subscription.mediatoday.co.kr/

매거진의 이전글 미디어오늘 1077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