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눈 삽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

by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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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의 소감을 한 줄로 쓴다면, ‘안 본 눈 삽니다.’ 보통 이 말은 정말 못 볼 꼴을 보았을 때 쓰인다. 하지만 가끔은,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나 역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30여분 간의 어리둥절함, 뒤이어 어리둥절이 해결될 때마다 머리 속에서 팡팡 터지던 명쾌함과 즐거움, 마지막엔 마음을 감싸는 일본영화 특유의 따스한 감성까지, 영화를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 영화는 크게 세 가지 매력이 있다. 첫 번째는 독특한 내러티브. 보통 액자식 구성이라고 하면 액자를 먼저 보여주고, 그 속 이야기를 나중에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짜고짜 액자의 속 그림(작품 내 ‘실시간 원테이크 영화’)을 먼저 우리에게 내민다. 심지어 그 그림은 형편없기 짝이 없다. 아무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초반 30분 내내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워킹으로 움직이는 카메라는 갑자기 영화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영화 밖으로 나가고, 배우는 어색한 침묵을 잇다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오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 액자 속 이야기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까지 뻔뻔하게 올라가고 나서야, ‘찐으로’ 그림 밖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제서야 앞에서 참고 견디며 본 영상의 정체가 대체 뭔지, 우리가 이상하다고 느낀 장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지가 하나씩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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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매력은 하나하나 밝혀지는 이 비하인드 스토리에 담겨있다. 바로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다. 우리 앞에 먼저 내밀어진 ‘액자 속 그림’이 형편없었던 이유는 액자 자체가 이미 형편없었게 삐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소신을 잃어버린 감독, 자기밖에 모르는 주연배우, 정신과 신체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조연배우와 스텝들, 돈만 되면 무리한 요구를 거리낌 없이 하는 투자자. 어처구니없는 촬영 조건과 대본을 리딩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대체 이게 제대로 돌아가긴 할까 의심이 될 정도다. 그렇지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라는 제목은 곧,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만큼은 ‘각자 위치에서 자기 할 일을 멈추면 안 돼!’라는 뜻인 것을. 배우들은 각종 돌발상황에도 끝까지 연기를 멈추지 않고, 스텝들은 그 돌발상황에 각종 황당한(!) 수로 대처하기를 멈추지 않고, 감독은 그 모든 것을 위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하고 외치며 마지막 씬까지 촬영을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게 다 삐걱거리는 것 같지만 그 삐걱거림조차 결국은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열정의 일부로 녹아들고, 그 열정은 보고 있는 우리의 마음까지도 뜨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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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작품의 마지막 매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액자 속 그림’은 물론 ‘액자’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함께 만든 영화인들에 대한 감독의 애틋한 애정이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노력하지만, 대중에게 기억되는 건 감독과 배우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내면서 그 과정 속에서 어떤 노력들이 수반되었는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하나하나 보여준다. 이 영화의 백미는 쿠키영상으로 붙어있는 실제 촬영 현장의 기록 영상이다. 이 영상은 ‘작품 속 작품-을 찍는 작품 속 카메라(연기자)-를 찍는 카메라(영화)-를 찍는 카메라(현장 기록자)’가 겹겹이 쌓여있어 그 구조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현장을 기록한 행위 자체가 영화를 함께 만든 이들에게 바치는 경의 같아서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그리고 뭉클하게 볼 수 있는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그러니까, ‘안 본 눈’ 어디서 판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