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철없이 애도하기

by 버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 인생의 역사 중 발췌

이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연인과의 이별, 정들었던 친구와의 이별부터, 뭐 어떤 때는 팀 이동도 이별의 종류랄 수 있겠다.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데에는 마땅한 절차가 있다. 그 무엇과의 추억을 지우고, 버리고, 누군가에게 대신 전해주기도 한다. 시원하게 다 버리려 했다가도 한번 다시 미련을 가져보기도 한다.
(혹시 나중에 다시 찾아볼 일이 있지 않을까? - 영영 안 꺼내본다의 다른 말)

신기한 것은, 내가 제발로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조차 무언가를 영영 버릴 때에도 출몰하는 이 미련이라는 녀석이다. 분명히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발톱의 때만큼도 없다. 그럼에도 영 깨끗하지가 않은 건 왜일까 고민했다. 그러니까 그 대상에 대한 마음이 남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인생의 역사>라는 책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얻은 것 같다. 우리는 무엇과 관계를 맺을 때, 그 관계에서만 고유한 나를 만난다.
그 관계를 보내줄 때, 그 관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던 나의 모습도 같이 버리게 되기 때문에, 이별이 슬프다는 거다.

순전히 이기적인 감성이 아닐 수 없다. 무얼 더 바라 스스로 마침표를 찍은 결말에도 아쉬움을 가지는 것일까. 전혀 논리라고는 없는 감정이지만, 그 순간과 관계에서의 나와 꼭 같은 모습은 앞으로 영영 마주할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기에. 그 모든 상실에 대해 매번 새로이 허무해하고, 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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