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휴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첫 번째 휴직은 스물넷 여름의 일이었다. 그때 나는 정말이지 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군입대를 미뤄봐야 고통만 유예한다는 판단에 휴직계를 냈다. 선생님이 된 지 꼭 1년 5개월 만이었다. 머리를 빡빡 깎고, 분필 대신 총을 쥔 나는 하루 바삐 현장으로 돌아가는 꿈을 꿨다. 지금의 두 번째 휴직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한결 홀가분하다. 휴직의 직접적인 계기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 돌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쉬지 않고 달려온 나에게 쉼을 선물하고, 삶을 재정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내와 나는 누가 휴직을 낼 것인가로 미리 협상했다. 부부 교사인 우리에게 휴직 신청 유무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정보를 모았다. 인디스쿨 같은 초등교사 커뮤니티에는 휴직 경험담, 조언, 질문 등이 빼곡했다. 여러 포스팅을 꼼꼼히 읽었다. 1년 내내 방학일 거라는 기대가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글로 마주한 육아휴직자의 일상은 마냥 편하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여가 시간이 부족했다. 충격적 이게도 1학년은 7살 유치원생보다 더 늦게 학교에 가고 더 빨리 학교에 돌아온다. 유치원생은 8시 30분에 등원해서 4시에 하원한다. 반면 초등학생은 8시 50분까지 등교해서 12시 10분 무렵이면 가방을 싼다. (어떻게 이런 불상사가!) 섣부른 휴직 낭만에 들떴던 나는 사회 정의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 나이를 한 살이나 더 먹는데 더 일찍 집에 온단 말인가.
아내와 나는 이런저런 시뮬레이션과 조율 끝에 내가 휴직을 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핵심 변수는 돈이었다. 아내는 이미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낳고 3년 9개월 간 휴직에 들어갔다. 육아휴직 중 경력과 호봉을 인정해주고 수당이 나오는 기간은 한 아이당 최대 1년이다.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2년 차부터는 수당이 없다. 모아둔 예금을 야금야금 타 먹으며 살아야 한다. 우리 집은 맞벌이인 지금도 계좌 잔고가 간당간당하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대출금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계산기를 두드려 보다 깨달았다. 필연적으로 내가 휴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말이다. 남편인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 경제적으로 훨씬 낫다. 경력, 호봉 인정은 물론이고 수당까지 나온다. 특히 배우자 두 사람이 모두 육아휴직을 하면(아빠 쓰고 엄마, 엄마 쓰고 아빠 등 순서는 상관없다) '아빠의 달'이라고 해서 3개월 간 최대 2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가령 1년 간 육아휴직이라면 첫 3개월은 아빠의 달 수당을 받고 나머지 9개월은 육아수당을 받는 셈이다. 수입이 아무것도 없는상황에 비하면 천군만마와 함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휴직 전에 비해 가계 수입이 다소 줄지겠만, 자유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 육아휴직을 겪은 한 선배는 지출 관리만 잘할 수 있다면 축복과도 같은 12개월을 보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분의 조언에 따라 나는 마이너스 통장을 해지했다. 주택 구입 과정에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뚫어놓은 서비스였다. 그러나 목돈이 필요한 시기가 지난 이후에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무척 편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바닷가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오징어 먹물 리소토를 먹을 수 있게 해 주었고, 나이키 신상 러닝슈즈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가는 참담하다.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이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를 애용한다. 수입이 넉넉한 시절에는 별 탈이 없지만, 돈벌이가 쪼그라드는 휴직 기간에는 끔찍한 빚더미에 시달릴 수 있다. 소비 습관에는 관성이 있기에 지출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마이너스 통장 해지와 더불어 생활비 카드도 신용 카드에서 체크 카드로 교체했다. 결제를 할 때마다 해당 결제 금액과 통장 잔고를 알려주는 문자 통보 서비스도 신청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나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이미 경험한 선생님들이 한결 같이 언급하는 부분이 수입 부족에 따른 당혹감이다. 만일 진지하게 자녀 1학년 입학에 맞춰 휴직을 고려하고 있다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참고로 힘이 나는 소식 하나를 전해드리려 한다. 휴직이 예정된 사람이라고 해도, 매년 2월에 지급되는 복지 포인트는 정상적으로 나온다. 그저께 복지 포인트를 받고 내가 환호를 질렀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