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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씨엔에스 나만 물린 거야?

by 이준수

두구두구두구


손쉽게 공모주로 돈을 벌 수 있는 대망의 2월 5일 아침이 밝았다. 가족 여행으로 고성에 와 있다. 동쪽 바다의 풍경은 엘지씨엔에스처럼 맑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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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파 후 깊은 수면에 든 나는 여덟시 사십 분에 눈을 떴다.


룰루랄라 주식 앱을 켰다. 어렵게 배정받은 일반주 5주가 들어와 있었다. 오호, 시초가는 얼마에 형성되었을까.


나의 욕심은 이미 따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공모가가 61,900원LG CNS의 시초가 범위는 공모가의 90% ~ 200% 사이에서 결정된다.



최소 시초가 = 61,900원 × 0.9 = 55,710원

최대 시초가 = 61,900원 × 2.0 = 123,800원


꿈 속에서 나는 최소 시초가 따위는 지워버린 상태였다. 사실 나의 관심사는 따상을 가냐마냐였다.


따상은 시초가 200% + 상한가 30%를 의미한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00%로 결정된 후, 다시 상한가(+30%)까지 오르면 공모가 대비 최대 260% 상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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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원이라니 우하하 아주 멋진 꿈길 로드다.


오케이 그럼 시초가는? 58600원? 아니 이게 무슨 일이오.

숫자를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


2월 5일 오전 8시 57분 기준 엘지씨엔에스는 공모가인 61900원 보다 낮은 5만 9천원 내외로 형성되어 있었다. 뭔가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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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어 장 개시가 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십 분 잠깐 공모주 청약 넣어서 뜬구름을 잡으려는 무리들.


누가 누구를 탓하랴. 나와 함께 엘지씨엔에스의 세계에 뛰어든 동생과 전화 통화를 하며 깔깔 웃었다.


겨우 5주 밖에 안 되니 10%가 떨어져도 3만원 손실에 그친다. 사람은 간사하게도 주가가 하락으로 치닫자 손실액이 얼마 안 된다고 좋아하게 된다. 참 재미있는 심리다.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고 보호하고 싶은 모양이다.


인간은 셀프 실드 심리학을 발전시키며 긴 세월 지구에서 군림했다. 지독하고 강력한 종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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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론은 강력 홀드다.


어차피 사라질 종목이 아니지 않는가. 모든 시장이 그렇듯 간단하게 한 몫 챙기려는 욕심꾸러기들이 빠지고 나면 진가가 드러나게 되어있다.


특히 평범한 개미가 금융에서 돈을 벌려면 짧게 매수 매도를 하기 보다 느긋하게 여윳돈으로 지켜보는 편이 더 좋은 것 같다.


조선ETF도 꽤 오래 마이너스에 머물다가 어느 순간 날아올라 50%를 훌쩍 넘겼다. 엔화도 그랬고, 채권도 그렇다. 일희일비하면 불안과 과대망상 본능에 당해서 돈을 잃는다.


엘지씨엔에스 상장 축하합니다!


#엘지씨엔에쓰 #LG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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