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자존심

17.10.26

by 이준수

언니 자존심


연재먹고 남은젖병

연우와서 들어본다


젖꼭지를 한참보다

분유병을 슬그머니

입쪽으로 가져간다


빨까말까 젖병쥔손

위아래로 왔다갔다

싱크대에 도로둔다


세살에겐 언니만의

자존심이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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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만 둘이다. 기적이었다.

결혼을 생각할 무렵부터 딸이 있었으면 했다. 속으로는 간절히 바랬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저 하늘이 주는대로 감사히 받겠다고 기다렸는데, 차례로 딸들이 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가 되는 것만으로 벅찬 복이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이 우리 사이에 등장한다. 가슴 벅차게 고마운 일이다. 분에 넘치는 행복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나는 언젠가부터 소원이 바뀌었다. 별똥별을 보거나, 새해의 태양이 떠오르면 그냥 지금처럼만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나치게 성공해서 바쁘지 않고, 가족들 살 부비며 살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다. 로또 1등 당첨처럼 큰 돈이 드는 소원이 아니어서 그런지, 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신이 있는 것인지 나의 소원을 지금까지는 잘 들어주고 있다.

감기는 괜찮아요, 또 아이들 중이염도 괜찮아요. 견딜 수 있는 작은 고통은 기꺼이 받을테니 지금처럼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제게 주신 축복을 다른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함께 웃을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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