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주년

18.04.09

by 이준수

11주년


이천칠년 사월구일

다혜하고 사귄첫날


입학하고 뭣모르는

어린애를 어린애가

선배라고 밥사주고

문자하고 우산씌워

데려주며 연애했다


과외해서 돈생기면

카레치킨 잘튀기는

맛고을서 생맥두잔

시켜놓고 놀았었다


그때기분 내고싶어

팔짱끼고 닭먹으러

벚꽃길을 걸어간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임용치고 월급타면

집도사고 차도사고

행복하게 잘살자고

꿈결처럼 말했는데

벌써옆에 딸둘이다


소원대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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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집에 가지 않는다. 타로 카드 점을 보지 않고, 별자리 운세도 믿지 않는다.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주기적으로 사당이나 교회를 찾지 않는다. 그저 자연과 우주는 조화롭다고 생각하며, 생이 붙어 있는 한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고자 한다. 그런데 유독 신비스러운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배우자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불교를 믿는 분이시다. 열렬한 신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불경을 필사하고, 꽃을 만들어 법당에 기부한다(직업이 플로리스트). 어머니는 새해가 되면 지인에게 부탁해 가족들 토정비결을 보셨다. 그리고는 토정비결을 보는 김에 가족들 사주팔자가 어떤지를 넌지시 물어보시곤 했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내는 기분이랄까. 기묘한 건 누가 사주를 보건 나에 관한 내용 중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배우자 복이 많다.


온 가족이 신기하게 생각했다. 나도 몇 번 듣다보니 어느 새 의식 깊숙한 곳에 배우자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서랍이 자리잡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그렇게 믿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2007년 아내를 만난 이후 한 번도 헤어지지 않고 2014년에 결혼 반지를 꼈다. 그 사이에 군대도 다녀왔고, 내가 먼저 졸업한 후 이년 동안 아내와 강릉과 춘천 장거리 연애를 한 걸 감안하면 사랑을 참 잘 지켰다.


내가 그런 사주를 타고 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사주명리학을 믿건 그렇지 않건 나는 아내를 무척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녀 없이 현재의 나는 있을 수 없다. 내 마음의 빛과 어둠, 그리고 가장 깊은 곳까지 공유하고 있다. 배우자 복이 많다는 것, 나는 사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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