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 사용은 어려워!

by 이준수

내가 근무하는 D초등학교는 탄광으로 유명한 강원도 산간 마을에 위치해 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끝없이 학교를 둘러싼 산줄기만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4학년 아이들 23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하루는 3교시 시작할 시간이 꽤 지나도록 K군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에 장난기가 있긴 했어도, 시간을 어기는 친구가 아니었기에 의아했다. 십여 분이 지났을까? 드르륵 교실 뒤편 여닫이문이 열리며 쭈뼛쭈뼛 K군 머리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당당하지 못한 자세로 보아 놀다가 들어온 모양이라 짐작하고, 꾸중을 하려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런데 K군이 평소와 달랐다. 두 손은 허벅지 뒤를 감싸고 있고 엉거주춤하게 선 폼이 한눈에 보아도 이상했다. 느낌이 묘해서 힐끗 바지를 보았는데 웬걸 엉덩이 부위가 축축이 젖어 있었다. 회색 면바지라 색은 민망하게 번지고, 통통한 엉덩이 라인이 도드라져 보였다. 바지 군데군데 하얀 실오라기 같은 것들도 붙어있었다.


말 못할 사정이 있음을 짐작하였다. 별 말 하지 않고 자리에 앉으라 손짓했다. 담임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니 아이들도 K군을 유심히 쳐다보지 않았다. K군은 의자에 앉으며 미안함과 감사함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땐 그 눈빛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6교시가 끝날 무렵이 되자 K군의 바지는 뽀송뽀송하게 말라있었다. 학생을 하교 시키고 K군을 따로 불렀다.


“너 아까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곤란해 보이던데.”

“그게... 그 화장실에 비... 비데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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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덩치도 있는 녀석이 몸을 배배 꼬면서 어렵게 꺼낸 말은 비데였다. 비데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단어였다다. 옷이 그 지경이 되려면 비데와 싸우기라도 했단 말인가.


“비데? 그 변기에 달려 있는거?”

“네에. 아까 똥 누고 나서 궁금해서 써봤는데 막 소리 나면서 물 나오고~”


K군은 검지로 버튼을 누르는 시늉을 하며 당시를 재현했다. 물이 솟아오른다는 표현에서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K군의 눈동자를 보았다. 누구 하나 부를 수 없는 작고 좁은 공간에서, 그가 느꼈을 억울함과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서요. 제가 휴지로 닦으려고 일어났는데 기계가 멈췄어요.”


참 다행이었다. 변기 커버에 장착된 착좌센서가 K군의 엉덩이가 떼진 것을 감지해 작동을 멈춘 것이다. K군은 비데가 작동할까 두려워 차마 다시 앉지 못하고 일어선 상태로 뒤처리를 했다고 하였다. 물론 일전에 엉덩이를 향해 발사된 물이 묻어 있는 상태였으므로 허벅지를 타고 액체가 흘러내리는 상황까지는 막지 못했고.


오전에 보았던 바지 위 하얀 실오라기는 박박 문지른 휴지의 흔적이었다. 필사적인 손놀림이 눈 앞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얄궃은 기계와 말 없이 사투를 벌이는 K군. 나는 웃지 않으려고, 늙은 곰의 비참한 최후 같은 장면을 떠올렸다. 진심으로 심각한 상대 앞에서는 함부로 장난기를 발동하면 안 된다. 이를 악물고 참았다.


다음날 아침, 교육자로서 바른 비데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옳다는 결심이 섰다.


“여기 세정 버튼은 대변을 보고 항문을 씻을 때 쓰는 거야. 물줄기가 세서 아프면 수압 빼기 ‘-’ 버튼을 누르면 돼.”


비데 사용법 수업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하길 잘했다. 왜냐하면 23명 중 몇몇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따른 탄식과 끄덕거림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서 기계와 싸우는 희생양은 K군 1명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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