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리 May 22. 2021

‘o’는 우리가 알던 ‘오’가 아니야

프랑스에 있으면 자연스레 많은 프랑스 이름을 접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석사를 하는 중에 프랑스 NGO의 인사팀에서 인턴을 하게 된 나는 자연스레 수많은 프랑스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이 중 마리옹(Marion), 마튜(Matthieu), 셀린(Céline) 등 많이 접해본 이름도 있었지만 반면 이름 때문에 난감해졌던 적도 있다. 


1

옆 물류 팀에 에마뉴엘(Emmanuel)이라는 동료가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물류 팀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종종 마뉴(Manu)라는 사람을 언급하는 것이다. 내심 ‘내가 모르는 새로운 사람이 있나? 아니면 이제 곧 들어올 사람인가?’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연결시키지 못하고 몇 주가 지나고, 답답한 나머지 한 동료에게 마뉴가 도대체 누군지 물어보았다. 독자라면 예상했듯이 마뉴는 에마뉴엘을 칭했던 것이다. 프레데릭(Frédéric)을 프레드(Fred), 세바스티앙(Sébastien)을 셉(Seb)같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건 알았지만 에마뉴엘이(Emmanuel) 에마(Emma)가 아닌 마뉴(Manu)가 되는 건 반칙이 아닌가?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면서 그제야 몇 주간의 미스터리가 풀렸다. 


2

우리 팀에는 나 말고 2명의 인턴이 더 있었다. 나보다 몇 달 더 먼저 인턴을 시작한 그 둘과는 서로 도와주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중 한 명의 이름이 Baptiste. 나는 그 친구 이름대로 그를 ‘밥티스트’라고 불렀다. 그런데 자세히 다른 사람들이 그 친구를 부르는 걸 들어보니 ‘바’ 티스트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왜 ‘밥’ 티스트라고 부르지 않고, ‘바’ 티스트라고 부르는지 또 물어보았다. 동료의 대답은 Baptiste에서 p는 발음을 하지 않아 바티스트라고 부른다고 대답해줬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세례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baptiser [batize]에서도 ‘세례’라는 명사인 baptême [batεm]에서도 모두 p를 발음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또다시 괜스레 억울해졌다. 


3

다른 팀에 새로운 동료가 오던 날. 경력도 화려하고, 성격도 좋아 보이는 새 동료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점심시간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이름을 물어보니 ‘Maud’라고 한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괜스레 한 마디 더 얹히고 싶었던 나는 ‘우아, 유행인 Mode와 발음이 똑같네?’라고 하였다. 돌아오는 동료는 대답은, ‘아니 조금 달라. 내 이름은 ‘모드’ [mod]고 유행은 ‘머드’ [mɔd]라고 발음해’이었다. 친해지려고 꺼낸 말이 순식간에 프랑스어 발음 수업이 되는 순간. ‘아, 정말?’ 하고 대화를 끝내고 집에 와 다시금 발음을 찾아보았다. 그제야 o발음에는 열린(ouvert) o와 닫힌(fermé) o발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행’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mode는 열린 o로 [ɔ] 한국어 모음의 ‘어’와 비슷한 발음이고, 새로운 동료의 이름인 Maud는 닫힌 o 발음의 [o] 발음으로 한국어의 ‘오’ 발음과 유사한 것이다. 비록 그 동료와는 친해지지 못했지만 그 이름 Maud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보는사람과도 볼뽀뽀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