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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n 12. 2021

프랑스 사람들이 결혼 전 꼭 하는 것


프랑스를 생각하면 왠지 빵을 좋아할 것만 같은 느낌과 사람들이 연애에 있어서 오픈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프랜치 키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와 연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자유로운 연애관과 자유로운 결혼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중에서 내게 가장 크게 와닿았던 문화는 바로 동거 문화이다. 


한국에서는 관계가 깊어지면 결혼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는 관계가 깊어지면 자연스레 동거 이야기가 나온다. 1년 사귄 커플이 될 수도 있고, 3개월 사귄 커플이 될 수도 있다. 오래 사귄 커플인데 같이 살고 있지 않으면 ‘저 커플에 혹시 문제가 있나?’라는 눈치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동거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거 문화의 저변에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니 더 많이 더 오래 보자 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같이 살아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프랑스 도시의 높은 월세도 커플들이 동거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됐을 듯하다. 


오히려 몇 년 전부터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보편적인 동거 문화에 반하여, ‘커플이면 꼭 동거를 해야 하나? 따로 살면서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프랑스인에게는 조금 다른 시각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동거 문화가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오히려 다소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동거문화는 연인끼리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정말 흔하게 colocation을 하는데 같이를 뜻하는 ‘co’와 임대차를 뜻하는 ‘location’이 합쳐져 만들어진 공동 임대차라는 뜻의 단어이다. 또한 공동 세입자는 colocataire, 줄여서 coloc이라고 부른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떠올리게 하는 성별에 상관없이 여러 명이서 큰 집에 같이 거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리옹에서 만난 한 여자 친구는 남자인 coloc과 무려 7년 동안 같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당시 남자 친구도 있었는데 남자 친구 또한 이러한 거주방식에 특별히 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나 또한 파리에서 석사를 했을 때 마지막 학기는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에 coloc을 구하는 공고를 보고 같은 학교를 졸업한 프랑스 친구와 같이 지냈었다. 처음은 분명 두 명이 같이 사는 거였지만 나중에는 그 친구의 남자 친구 또한 자기 집 같이 문지방이 닳도록 오는 바람에 2명이서 살지만 3명이서 사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분명 서로 전혀 모르는 둘이 같이 살아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같이 살기 때문에 즐거웠던 기억도 많다. 서로 요리를 가르쳐 줬던 기억, 동네에 맛있는 인도 식당에 같이 갔던 기억, 우리 집에서 내 친구와 coloc친구와 다 같이 파티를 했던 기억, 내가 집 앞에서 강도를 당했을 때 친구의 남자 친구가 나를 구해준 기억 등 지금 떠올려보면 동거가 아니었다면 가질 수 없는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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