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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n 20. 2021

사랑은 하고 결혼은 하기 싫은데 세금은 덜 내고 싶어

한국에서는 연인들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결혼’ 일 것이다. 물론 결혼 이후에는 또 다른 인생이막이 펼쳐지겠지만 연인들이라면 누구나 머릿속에 ‘결혼을 할까 안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연인들에게 vous vous êtes mariés? 결혼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물어보면 ‘예, 아니오. 외에 ‘nous nous sommes pacsés.’, 즉 ‘팍스 했어요!’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팍스, PACS는 시민연대계약 Pacte civil de solidarité의 줄임말로 같이 거주하는 동성 혹은 이성 성인 2명 사이에 체결할 수 있는 계약이다. 이 계약을 체결하면 상호 간의 사회권, 급여, 재산, 거주에 대하여 세무의 의무를 가지게 된다. 즉, 결혼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처음 팍스 제도가 생겨난 건 1999년, 동성커플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서 입법되었다. 입법 초반에는 동성 사이에 팍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결혼의 대체제로 이성 연인 사이에 팍스 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또한 2013년부터는 프랑스도 동성 혼인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동성 연인과 이성 연인이 팍스, 결혼 제도 모두 동일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2-2019년의 프랑스의 결혼 및 팍스 통계 (진보라, 진핑크-동성의 팍스, 결혼;  하늘, 핑크 - 이성의 팍스, 결혼)



친구들에게 왜 결혼 대신 팍스를 하는지 물어보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은 ‘결혼 생각은 아직 없지만 세금은 덜 내고 싶어서’이다. 팍스를 하면 소득신고를 함께 하게 되고, 개별적으로 소득신고를 할 때 보다 소득공제혜택이 더 많아진다. 팍스를 한 연인의 60%가 개개인이 소득신고했을 때 부과됐을 세금보다 더 적게 내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팍스를 위해서는 양 측이 5개의 서류를 구비하여 시청에 신청하면 된다. 팍스 계약서, 공동선언문, 미혼 증명 및 거주증명, 신분증, 출생증명서이다. 서류를 구비해서 가면 30분 정도 만에 팍스가 체결되는 것이다.

 

팍스 계약서, 이 계약서 한 장에 사인하면 동거인에 대한 사회적 법적 의무와 권리가 보장 된다.


나의 친한 프랑스 친구는 현재 여자 친구가 있고, 같이 살고 있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다. 그 친구의 부모님도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 친구의 부모님은 내 친구가 초등학교 때 서로 헤어진 후 현재는 각자의 연인이 있다. 사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이 결혼하지 않아서, 어렸을 때 헤어지셔서 받은 남모를 상처가 있다. 그 형태가 이혼이던 헤어짐이던 사랑했던 사람이 헤어지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나 보다.


프랑스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형태의 커플이 있다. 동거하는 커플, 동거하면서 팍스를 한 커플, 결혼을 하는 커플, 팍스를 체결한 상태에서 자녀를 가진 커플, 자녀를 가지고도 결혼, 팍스 모두 하지 않을 커플 등등 모두 자신의 가치관과 연인과 얼마나 나의 법적 의무를 가지고 싶은지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이가 가능한 이유는 성인 남녀의 결혼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결합을 사회에서 인정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다양성을 인정받는 사회가 사회적으로 더 ‘불안’한 사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이 사회를 믿고 자녀를 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은 덤으로 얻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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