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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an 23. 2023

파업, 시위 그리고 목소리 내기


설을 맞아 프랑스에 있는 친구와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별일 없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는 파업이야!’라고 답했다. 어린 딸이 있는 친구는 지하철, 어린이집 모두 파업이라서 아내와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고 한다. 


14년 전 어학연수로 프랑스에 갔을 때 처음 들었던 단어는 바로 ‘파업'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기숙사로 가야 했던 나에게 지하철의 승무원이 한 말은, “Le métro est en grève!”이었다. ‘지하철’과 ‘이다’ 동사까지 이해하였지만 저 grève이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찾아보니 ‘파업'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낯설게만 느껴졌던 ‘파업'이라는 단어는 프랑스 생활 내내 나의 일부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1월 19일부터 정년을 연장하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파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프랑스의 주요 노동조합이 연합하여 지하철, 철도, 항공은 물론이고,학교, 방송국, 정유업계 등이 파업에 참여하였다. 교통 노선은 축소되고, 교사가 출근하지 않아 어린이집과 학교는 문을 닫았다.  


생활 전반이 마비되는 이 상황에서 프랑스 사람 반응은 어떨까? 프랑스의 방송국 TF1에서 파업에 관련한 보도에서 한 시민은 파업에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TF1 | Grève : quelles perturbations ?


"닫았으면 닫은 거죠. 전 그들(파업하는 사람)을 내버려 둘 거예요. 제가 가서 ‘마음에 안 들어요’라고 하면서 귀찮게 하지도 않을 거예요. 아니요. 안 그럴 거예요. 그게 그들의 권리니까요.”

“C’est fermé c’est tout, je vais les laisser tranquille. Je ne vais pas venir les embêter dire je ne suis pas contente. Non, non. C’est un droit.”



한국에서도 1월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한 장애인 시위가 있었다. 지하철 탑승 시위였다. 지하철 탑승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는데, 특히나 새해 출근길에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지연된 것에 대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내 주변에도 이 시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했다. 시민을 인질로 잡고 시위하는 건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길래 시위를 할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연금개혁 반대 파업과, 장애인 권리를 위한 시위를 동일하게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위에 대한 반응을 보며 프랑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보다는 권리를 우선하는 태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길래 모든 국민에게 불편함을 감수하게 해서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지, 그 내용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떠올랐다. 사실 그 내용에 관심이 없더라고, 심지어 그 내용에 반대하더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사람의 권리지.” 라며 존중하는 태도, 그 시크한 태도가 생각이 났다.


내가 프랑스 리옹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동료끼리 주말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한 동료가 주말 동안 북쪽 고향에 올라가기로 했단다. ‘친구들이랑 놀거나 가족과 약속이 있는가 보다’라고 지레짐작한 내가 왜 올라가냐고 물어보았다. 동료의 대답은 내 짐작과는 사뭇 달랐다. “고향에서 시위가 있어, 그 시위에 참여하려고 주말에 올라가.”


“주말인데 주말이 아깝지 않아?”라고 되물었을 때 그 친구가 한 대답이 기억난다.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가 목소리를 내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 목소리 냄을 존중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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