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받는사람: 은밀한연구소
보낸사람: 주머니
적어도 한국에서 아니 정신 나가지 않은 회사라면 이따구로 로고를 만들면 안 된다.
'은연'이라는 브랜드의 가이드를 잡는 과정 중에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단연 폰트였다. 우리의 정체성을 은연중에 발산하는 매개체이기에 여러 가지의 폰트를 비교해 보면서 아주 신중하게 골랐다.
우리가 찾고 있던 로고의 특징은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둥글둥글한 느낌
2. 섹슈얼한 느낌
3. 육덕진 느낌
이 친구는 뚱뚱하지만 너무 각져서 탈락
이 친구는 뚱뚱하고 체위를 연상시켜서 아주 마음에 들었으나, 양아치 같은 가격으로 인해 탈락
이 친구는 위 폰트의 대체제로 찾은 폰트였는데, 자꾸 보다 보니까 정감이 가서(무료라서 가산점 +1) 결정
선택된 폰트로 로고를 만들려고 '은연'을 영어(EunYeon)로 써봤는데 비주얼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숭한영향력을 아주 잘 나타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약간 0.69892%정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그 애매한 영역을 채워 넣기 위해서 띵킹 해보았고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먼저 완성된 '은연'의 심볼로 Y를 바꿔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서 변경했는데... 뭔가 아직까지 헛헛한 느낌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우측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도 맘에 안 들었음) 그래서 아주 은밀한 디렉션을 주었고 아래와 같은 '은연'의 로고가 탄생하게 되었다.
뭐... 크게 바꾼 건 없는데, 아주 크게 바꼈다.